오피니언 사설

교육 기회 빼앗는 사교육비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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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 사회의 소득계층별로 2010년 기준 사교육비 지출을 비교해 보니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의 8.1배를 썼다고 한다. 2003년엔 그 차이가 6배였으나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게 20일 보고서를 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먹고살기 힘든 저소득층 가구는 학원비를 줄이고 있는데 중산층 이상 가구는 소득을 탈탈 털어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게 요즘 학부모들이면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다. 그러니 사교육비가 2년째 감소하고 있으며 학생당 평균 24만원을 쓴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최근 사교육비 통계 발표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4년 전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이미 실패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총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계층별 지출 차이가 교육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조기에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커지다 보면 저소득층 자녀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열패감(劣敗感)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사교육비의 양극화가 교육 기회의 균등성과 향후 계층 간 이동에 중요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남보다 내 자식이 앞서게 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입시 제도가 복잡하고, 또 조만간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덧붙여지면 이런 욕망은 더욱 꺾기가 힘들어진다. 중학교 때 성적이 고교의 성적으로 그대로 이어지며, 대학 입시까지 좌우한다고 학부모들은 생각하기에 중학교 때 사교육비가 고교 때보다 많은 것이다.

 이로 볼 때 정부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고입 단계는 물론이고 ‘죽음의 7종 경기’라고 불리는 요즘 대입도 좀 더 단순해져야 한다. 제도의 불투명성이라도 낮춰야 사교육업체들의 불안 마케팅이 통하지 않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