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프로야구 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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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을 주도했던 핵심 브로커들이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 경기조작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관여한 브로커가 동일 인물인 데다 조작 수법도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배구·프로야구 조작이 지난해 창원지검이 적발한 프로축구 경기조작과 닮은꼴로 드러난 것이다.

 17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거한 핵심 브로커는 김모(28)·김모(25)·강모(29)씨 등 3명이다. 이 중 두 김씨는 프로축구 경기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이들은 2010년 자금책 이모(30)씨와 함께 평소 알고 있던 김동현(28·당시 상주상무) 선수 등을 포섭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현 선수는 지난해 프로축구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선수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비슷했다. 브로커들은 우선 친분이 있는 선수에게 접근해 돈으로 매수했다. 그리고 이들이 후배·동료 선수를 다시 가담케 하는 식으로 ‘작전 세력’을 모집했다. 축구와 배구 선수 중 일부는 조작 사례금을 받는 것 외에 자신이 직접 스포츠 토토나 불법 스포츠 사이트에 베팅해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조작에 가담한 구단도 상무 등 하위권 팀이 대부분이었다. 축구의 경우 골키퍼가 의도적으로 골을 허용하거나 수비수가 상대 선수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않아 패배하는 승부조작 수법을 썼다. 배구에 리시브나 공격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실점한 것과 같은 수법이다. 스포츠계 관계자는 “이들이 종목을 넘나들며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는 만큼 야구·농구 등 다른 분야에서도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런 의혹이 커짐에 따라 프로야구 조작 의혹 수사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 검사는 17일 “경기조작과 관련한 브로커의 진술이 있었고, 조작 제의를 받았다는 선수도 나온 만큼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을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넥센의 문성현(21) 선수가 브로커로부터 경기조작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본지 보도(2월 15일자 1면)를 확인할 예정이다. 연루설이 나도는 LG의 박현준(26)·김성현(23) 선수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전·현직 프로배구 선수 1명씩을 조사했으며, 김모(32)씨 등 KEPCO 소속 전·현직 선수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프로배구 경기조작에 관여한 선수 중 일부가 브로커 노릇을 하면서 직접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대구=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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