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조난자 구출한 배 비디오 공개

중앙일보

입력

"SOS, SOS, 여기는 타이타닉, 여기는 타이타닉...빙산에 충돌해 침몰중이다.
즉각 구조 바란다"

20세기초 서구 조선기술의 결정판으로, "포세이돈 (바다의 신)
이 두들겨도 가라앉지않을 배" 로 간주된 초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대서양 횡단 처녀비행도중 빙산에 충돌, 어이없이 침몰해가던 1912년4월14일 자정 무렵. 타이타닉호의 1등 무선사 플린트는 세계최초로 'SOS' 신호를 사용하며 미친듯 무전기의 키를 두들기고 있었다.

당시 무전기의 송신 반경은 고작 2백40km.이 원안에서 항해하고있던 배 상당수가 타이타닉호의 조난신호를 청취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출동을 포기했다, 그러나 1백km쯤 떨어져있던 배 한척만은 즉시 뱃머리를 돌려 전속력으로 사고현장을 향해 나아갔다.
1백50m길이의 화객선 카르파티아호였다.

얼음이 떠내려오는 험한 바다를 헤치며 타이타닉호 침몰지점에 도착한 카르파티아호는 구명정에 매달려 기진맥진해있는 7백5명의 조난자들을 구출,가족의 품에 돌려보냈다.

카르파티아호가 아니었다면 1천4백12명으로 집계된 타이타닉 희생자의 수는 2천을 넘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웅적인 배는 1차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1918년7월17일 대서양 항해도중 독일군 U보트의 어뢰 두발을 맞고 침몰,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82년만인 2000년5월22일, 1년간의 집중적인 탐사끝에 카르파티아호는 아일랜드 남단에서 1백92km떨어진 대서양 아래 수심 1백54m 지점에서 형체를 드러냈다.

캐나다의 도큐멘터리 제작사 '에코 노바' 탐사팀은 독일 해군의 어뢰 발사기록과 승무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소나 탐지기를 이용해 수직으로 해저에 처박힌 카르파티아호의 모습을 생생히 잡아냈다.

이를 비디오에 담아 9월22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공개한 탐사팀원 델가도는 "카르파티아호의 발견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배의 모습을 보는 순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그날밤 이 배가 펼친 영웅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내 일생에서 그처럼 흥분한 적은 일찌기 없었다" 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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