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럽고도 아름다운 결혼이야기- '스토리 오브 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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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포인트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사랑과 결혼의 뒷 얘기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브루스 윌리스의 인상적 연기와 에릭 클랩튼의 쓸쓸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으로 출발해 인내의 바다를 건너고 서로를 증오하기까지 이르렀을 때, 증오조차도 초월하는 자들만이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성(性)이 다른 남녀가 만나 죽도록 사랑하고 결국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은 현실. 눈빛으로 기분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서로에게 익숙해 가는 동안, 매력으로 다가왔던 상대의 성격이 오히려 단점이 되기 시작하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스토리 오브 어스〉는 이처럼 어려운 '결혼생활'에 대한 오랜 경험과 분석끝에 나온 보고서 같은 영화다.〈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사연들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냈던 롭 라이너는〈스토리 오브 어스〉로 결혼 그 후 생활 속 얘기들을 섬세하게 풀어 놓았다.

늘 해피엔딩을 믿는 낙천주의자 소설가 벤(브루스 윌리스)과 천성적으로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는 완벽주의자 케이티.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15년의 결혼생활동안 수없는 신경전과 언쟁끝에 이혼 직전 위기에 놓인다. 사랑했던 만큼 헤어지기도 힘든 이들은 아이들이 캠프를 떠난 틈을 타 별거에 들어간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에서 보았던 몽타쥬 편집 기법과 정확히 같은 형식으로 스토리 사이사이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삽입시키며 그들의 결혼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들려준다. 맨처음 함께 스프를 나눠 먹던 스푼을 선물한 결혼 1주년, 서로의 모든 점을 이해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특별했던 스푼이 '그냥 스푼'이 돼 버리고, 매력적이었던 벤의 낙천주의도 세정액조차 제때 갈지 못하는 철부지로 보이게 돼 버렸다는 독백을 듣고 있노라니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은 행복 아니면 증오라는 동전의 앞뒤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비극의 결말은 역시 해피엔딩. 애초에 다른 남녀의 성차이는 우주의 섭리인지라그 차이를 사랑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미운정'도 사랑으로 승화한다는 따뜻한 결론이 잔잔한 감동을 몰고 온다.

관객의 감정을 리드하는 롭 라이너의 탁월한 심리묘사는 한층 더 성숙했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낸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실제로 데미무어와의 파경을 겪고 있었다는 후문.

특히 결혼을 앞둔 커플이거나 부부들이 함께 본다면 에릭 클랩튼의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영화에 푹 빠져들어 가슴이 짜~안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9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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