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기업 사회공헌은 일자리와 납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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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 음력 설이 지나 명실상부한 검은 용의 해 임진년 (壬辰年)이 시작됐다.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는 따듯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도 겨울 한파 속에서 이웃돕기를 위한 다양한 자선행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필자가 근무했던 어떤 나라보다도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HSBC은행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는 전 세계 87개국 모든 나라에서 교육과 환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지역사회 지원 프로젝트에 약 1억 달러 이상을 후원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하고 있는 환경캠프나 금융교육,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회봉사활동까지 폭넓은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 또한 가능한 한 많은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며, 이런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큰 만족을 얻고 있다. 나누는 것이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선사업이나 사회공헌 활동에 국한해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자선사업이나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로서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양한 자선활동과 함께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이며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견실한 비즈니스 운영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기업은 주주에게 배당금을, 직원에게는 급여를, 물품·서비스 공급업자에게는 대금을 지급하며, 고객에게는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최상의 서비스나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없다면 고객은 다른 기업으로 발을 돌릴 테니 말이다.

 기업은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는 세금 납부가 될 수 있다. 석유나 천연자원을 통해 수입을 얻는 국가도 있으나, 대부분 국가의 유일한 수입원은 결국 세금이다. 정부는 세수로 국민의 교육수준을 높이고 더 많은 의료혜택을 제공하며, 치안 유지에 힘쓰고,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한다는 개념은 역사가 오래됐다. 구호사업을 위한 십일조 헌금은 구약성서뿐 아니라 코란에도 언급돼 있으며, 불교 또한 유사한 개념이 있다. 종교로부터 강력한 권력을 이양받은 국가는 기존 종교의 ‘헌금’ 아이디어를 가져와 ‘세금’을 거둬들이고 세수를 얻게 된 것이다.

 2010년 HSBC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58억 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 한국HSBC은행도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한 덕분에 지난해에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국세청에 납부할 수 있었다. 이 세금이 수많은 학교, 병원, 경찰서, 소방서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다.

 세금 납부와 함께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직원을 채용하고 급여를 주는 것이다. 직원에게 지급된 급여는 직원과 가족에게 혜택을 준다. 더 나아가서는 직원이 급여로 소비하고, 급여에 대한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국가경제를 강화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용기와 희망, 비상을 상징하는 검은 용의 해인 임진년을 맞아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면서, 납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세수는 정부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에 덧붙여 더 많은 기업주, 경영자와 직원이 각자의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모두가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사회가 원활히 유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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