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카드 수수료 문제는 ‘3각 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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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신용카드 사업의 핵심은 고객이 현금 없이도 편리하게 물품이나 서비스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통해 각종 할인과 포인트를 제공해 고객의 만족을 높이는 것도 주된 업무다. 이에 비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제공하는 것은 부차적인 역할이다.

 다른 사업처럼 카드업도 카드회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카드사의 건전성과 소비자보호를 지도·감독하는 정부,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가맹점, 카드를 이용하는 회원고객도 모두 ‘신용카드 생태계’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카드사·가맹점·카드회원이 서로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최근 번지고 있는 중소가맹점주의 반감은 ‘카드수수료가 대기업 등 대형가맹점에는 호의적이고 중소가맹점에는 불리하게 차등 적용된다’는 데서 비롯된다. 업종 간의 수수료체계도 합리적이지 않아 전반적인 인하가 절실하다고 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고객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으로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줄거나 더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도 할 말이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높다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가맹점 수수료로 꾸려나가는 신용판매 부분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아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다고 한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단칼에 해결할 순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진단하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카드사가 할 일이 많다. 다른 나라에 비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높은 이유가 뭔지, 수십 년 된 수수료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업종 간에 다른 수수료율을 매기는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가맹점주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수료율 인하를 위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도 힘써야 한다. 물론 지금도 여신전문업협회와 회사별로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가맹점주 대표도 참여시켜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 원가에 대해서도 “남는 게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계량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맹점주를 이해시키고 의견차이를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맹점주도 고율의 수수료 부담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귀결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의 잇속 챙기기에만 충당되고 있는지, 아니면 가게를 찾는 카드회원에게 할인이나 포인트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카드를 쓰는 고객은 카드사와 가맹점이 존립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수수료율 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고 존중돼야 하는 것은 고객의 이익이어야 한다.

 고객도 각종 할인혜택이 궁극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카드 혜택과 가맹점 수수료율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 혜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수료만 내린다면 카드사 입장에서 고유업무인 신용판매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의 ‘카드대란’처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로 영업의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생겨나면 이는 곧 국민이 함께 감내해야 할 손실이 된다. 모두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한 때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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