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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제로지대’ … 도요타 부활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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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가영
경제부문 기자

“사람입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지요. 중요한 건 심장(heart)과 정신(soul)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도요타 공장에서 만난 스티브 안젤로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도요타가 여느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 무엇이 특별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그는 말을 이었다. “리콜 사태부터 동일본 대지진까지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지만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고 역설적으로 이번 ‘위기’가 품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기회’가 되도록 했지요.”

 지난주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도요타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직원이 회사를 떠났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마주친 도요타는 달랐다. ‘사람 존중’이란 도요타의 철학은 일본이 아닌 미국 내에서도 그대로 실현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도요타 직원들의 근무 연한은 다른 미국 기업에 비해 길었다. 켄터키 공장의 ‘넘버 2’인 제임스 윌버트 사장은 25년을 도요타와 함께했고, 캘리포니아 본사의 낸시 린페인(여) 부사장은 1982년 발을 들였다. 한국계 최고위직인 데이비드 정 역시 꼬박 13년을 도요타에서 일했다.

 도요타 본사와는 별개인 딜러십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세계 최대 딜러십인 ‘롱고 도요타’는 10년 이상 근무하는 직원에게 파티를 열어 준다. 13년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오래 근무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신형 캠리는 지난달 미국에서 최다 판매 차량을 기록하며 도요타 부활에 청신호를 밝혔다. 도요타 측은 “재교육을 통해 직원들 개개인이 최고의 엔지니어·페인트공·용접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만일 우리 기업이 도요타 같은 어려움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언제부터인가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일반화된 우리네 상황에선 아마도 여러 사람이 회사를 떠나야 했을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사람 존중의 철학으로 무장한 도요타의 힘이 느껴졌다. 도요타는 오히려 사람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출장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도요타는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에 이제는 조심스럽게나마 “예”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가영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