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임재범 버전 ‘내귀에 캔디’ 팬들은 엄청 기대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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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문화부 기자

가수 임재범(48)이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었던 록버전의 ‘내 귀에 캔디’가 대중과 만나지 못하게 됐다. 임씨의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는 9일 “‘내 귀에 캔디’의 원작곡가인 방시혁씨가 편곡 및 사용 승인을 거부해 해당곡의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중단하고 오프라인 앨범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최근 서울 잠원동 한 호텔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내 귀에 캔디’ 등 국내외 리메이크곡으로 구성된 앨범 ‘풀이(free…)’를 발표했다. 예당은 8일 음원 서비스를 시작했고 9일 앨범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쇼케이스까지 열어 대대적으로 공개한 음악이 결국 앨범에서 빠지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7일 앨범 쇼케이스에서 노래하는 임재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기존 곡을 리메이크 할 경우 원저작자, 즉 작사가와 작곡가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원저작자에게 사전 허락을 얻는 것은 가요계의 당연한 관례이며 예의와 도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5년 3인조 엠씨더맥스(MC The Max)가 조용필에게 일언반구 없이 그의 노래 15곡을 골라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려 했다가 조씨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예당 측은 “리메이크 앨범은 원작곡자의 승인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예의임을 잘 알지만 제작 과정에서 원작자와 연락이 계속 이뤄지지 않았다. 연말 공연 일정과 리메이크 앨범 발매 일정을 맞추다 보니 더는 일정을 늦출 수가 없어 임씨가 가창 녹음을 먼저 하게 됐고 마스터링까지 마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제작 막바지에 겨우 연락이 닿아 양해를 구했으나 원작곡자 측에서 불허 통보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예당이 뒤늦게나마 방씨의 뜻을 존중해 해당 곡을 제외한 앨범을 새로 제작, 15일로 출시를 연기한 것은 일단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예당처럼 큰 회사에서, 방시혁처럼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 작곡가와 리메이크 승인 문제를 두고 오래도록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연말 공연 특수를 잡으려는 급한 마음이 저작권법과 예술에 대한 예의를 뛰어넘었던 것은 아닌지…. 대형기획사의 프로답지 못한 일 처리임이 분명하다.

송지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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