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 쟁점 勞-政 서면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질의내용]

①금융지주회사가 금융개혁에 꼭 필요한가
②지주회사에 은행을 통합하면 조직이나 인력이 감축되나
③관치금융은 지금도 계속되나
④내년 시행 예정인 예금보장 축소는 왜 문제인가
⑤9일 재개될 협상전망은
⑥11일 파업은 진짜 일어날 것인가

[금융파업 쟁점 서면 인터뷰] 이용근 금감위장

①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을 대형화.전문화시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이다.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이를 채용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금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②지주회사 방식으로 통합하게 되면 합병과 다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별 금융기관이 존속하면서 강점이 있는 사업 분야별로 특화할 수 있으며 ▶기존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고▶정보통신 분야 공동투자 등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신인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신규업무 취급에 따른 새로운 인력수요도 예상되므로 조직.인력의 대폭적인 감축 없이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③관치금융은 금리.여신.인사 등 내부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지칭한다. 흔히 관치금융과 건전성 감독을 혼동함으로써 오해가 발생한다.

예컨대 ▶예금보장을 담보로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한 후 투기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부실을 확대시키는 것을 방지하거나▶위험관리 차원에서 여신심사, 자산건전성 분류의 적정성을 평가하고▶거액 편중여신을 규제하는 행위▶임원의 자격요건 설정▶부실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 교체요구 등은 건전성 감독에 속하는 영역이다. 금융노조의 관치 사례는 대개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④예금보장 축소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장치다. 특히 이 문제는 오래 전에 대내외적으로 발표된 사안으로, 이를 번복하는 것은 대외신인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또 예금보장의 연기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부실을 증폭시키는 우를 범하게 될 공산이 높다.

⑤분위기는 차분했다. 서로의 입장차이를 확인한 만큼 협상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⑥파국적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파업 철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금융파업 쟁점 서면 인터뷰] 이용득 노조위원장

①금융지주회사 방식 구조조정은 은행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문제의 핵심은 부실의 원인 규명과 충분한 해결에 있다.부실은행 세곳을 지주회사로 통합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②정부는 인력·조직의 감축이 없을 것이라지만,이는 파업을 막기 위한 즉흥 발언이다.국내 은행은 업무의 범위,영업지역,주고객층에서 차별성이 없다.정부가 도입하려는 지주회사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③관치금융은 관료에 의한 부당한 인사개입,대출압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개별은행의 의사나 이익에 반해 권력기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행위가 관치다.한국투신·대한투신에 대한 출자,대우증권 인수,수출보험공사 대지급 미이행 등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④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로 내년부터 예금보험한도를 축소하기로 명시한 것은 올해말까지는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가정 때문이었다.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특히 예금보험 축소에 취약한 중소 금융기관들이 부실이 심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하는 것은 무모하다.현시점에선 예금보험 축소가 구조조정 촉진이 아니라 위기를 불러올 뿐이다.

⑤오늘 만남은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관치금융 철폐가 파업의 주요 목적중 하나인데 정부에서 ‘관치는 있을 수도,있지도 않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나온다면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9일 2차 협상의 전망이 반드시 밝지않은 건 그래서다.

⑥현재로선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파업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을 모르지않지만 차제에 금융의 기반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일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정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