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 골수에서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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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간이 재생될 때 필요한 간세포는 골수에서 온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간염을 비롯한 간질환을 환자 자신의 골수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뉴욕대학 의과대학의 닐 시스 박사와 예일대학 의과대학의 다이앤 크라우스 박사는 의학전문지 ''간장학''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남성의 골수를 이식받은 여자 백혈병 환자 2명과 여자의 간세포를 이식받은 남자 간질환자 4명을 검사한 결과 골수세포가 간으로 이동해 간세포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시스 박사와 크라우스 박사는 이처럼 이식환자와 조직제공자가 성별이 다를 때는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Y염색체를 이용해 골수의 간(幹)세포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시스 박사는 남성의 골수를 이식받은지 1년된 여성 환자의 간(肝)세포중 17%가 Y염색체 세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 Y염색체의 출처는 골수뿐이기 때문에 골수가 주기적으로 소량의 간(幹)세포를 간에 저장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두 과학자는 내리고 있다.

시스 박사는 특히 간이 손상되었을 때는 많은 골수간세포가 간을 구원하기 위해 간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간세포를 이식받은 남성환자들의 간세포중에서도 Y염색체 세포가 발견되었다. (한명은 간세포중 Y염색체 세포가 40%나 되었다) 이는 Y염색체 세포가 간 이외의 다른 곳 - 아마도 골수에서 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크라우스 박사는 간질환이 있는 환자의 골수세포를 채취해 이를 치료한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면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스 박사는 간이 손상되었을 때 스스로 재생해 이를 수리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에는 새로운 간세포가 간에서 재생되는 것으로만 생각되었다고 말했다. 시스 박사는 간이 골수간세포를 이용해 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학자들은 거의 없으며 간(幹)세포가 체내의 한 조직에서 이동해 다른 조직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다고 말했다.

시스 박사는 이 새로운 발견은 "우리가 의과대학에서 배운 모든 경계를 무너뜨렸다"면서 신체기관들은 서로 협동하지만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은 될 수 없다고 배웠고 그렇게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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