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 과거 발명만큼 공헌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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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과의 폴크루그먼 교수는 ''디지털 시대''라는 말로 상징되는 최근 기술의 발전이 지난 세기의 위대한 발명이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 것 만큼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8일자 뉴욕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어느 순간 박탈 당해 웹을 통해 독서를 하지 못하게 되면 못내 아쉬워하겠지만 전기, 세제, 뜨거운 샤워, TV, 편한 교통수단 등 지난 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이 없어진다면 그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 기고문의 요약이다.

- 요즘 경제학자, 엔지니어, 미래학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우리가 기술진보의 황금기에 살고 있는가의 여부에 대한 논쟁이 한참 진행중이다. 아무도 인터넷, 휴대폰,스마트 장치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이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불러들였고, 들일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들이 우리의 전반적인 삶 자체를 얼마나 개선시켰는가? 논쟁의 한쪽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시작이 산업혁명 보다도 더 중요하며 빵의 발명 이래 가장 역사적인 것이라고 역설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로 경제학자들과 역사가들이 최근의 ''간단한 장치''가 과거의 발명에 비해서는 별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비판적인 사람은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교수다. 그는 "신경제가
과거의 위대한 발명과 비견할만 한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전기, 발화엔진, 현대화학, 매스 미디어, 상수도의 발명은 디지털혁명 보다 훌륭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주부터 PBS 방송에서 시작한 미니 시리즈 ''1900 하우스''를 보면 그 말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전기가 없고 온수가 공급되지 않는 런던의 1900년 시대 타운하우스에 3개월간 살아보기로 약속한 한 영국 현대 가정의 모습을 그린 이 미니시리즈는 우리가 미래에 과연 얼마만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나의 회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 디지털 기술을 지금 일순간 박탈당한다면 나는 버클리대학의 경제학자 브래드 를롱 교수의 20세기 경제학사를 웹에서 보는 것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기, 뜨거운 샤워, 근처 슈퍼마켓이 문을 닫기 직전 그곳에 가서 물건을 사기위해 필요한 교통수단, 세제 등이 없다면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TV 보는 것조차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나는 디지털 기술이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1900 하우스''를 보면 우리의 미래는 과거만 같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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