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아기, 25세 여성 … 폐허 속 ‘기적의 생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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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4일 된 여아 아즈라 카라두만이 터키 에르지스의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구조됐다. 지진 발생 후 48시간 만이다. 아기의 어머니와 할머니도 잇따라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족의 구조 소식은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아즈라의 아버지도 잔해 더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매몰 지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에르지스 AFP=연합뉴스]

2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터키 동부의 반과 에르지스에서 기적과 같은 생존자 구조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최대 피해지역인 에르지스에 사는 굴 카라코반(25)이라는 여성이 그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진 발생 당시 에르지스의 한 음식점에서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강진과 함께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지만 건물 더미에 눌려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고 잠시 뒤 정신을 잃었다. 카라코반을 살린 것은 그의 약혼자였다. 반의 공군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약혼자는 지진이 발생하자 카라코반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즉각 달려왔다. 무너진 음식점 건물 주위에서 카라코반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고, 카라코반과 함께 고립돼 있던 다른 생존자가 그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카라코반은 함께 식사 중이던 친구 2명과 함께 24일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대는 태어난 지 2주일된 여아 아즈라 카라두만을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구출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지진 발생 후 48시간 만에 구조한 이 아기를 담요에 싸서 병원으로 이송했다. 몇시간 후 아즈라의 어머니와 할머니도 잇따라 구조됐다.

휴대전화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에르지스의 얄친 아케이라는 남성은 지진 당시 6층짜리 건물 더미에 깔려 다리를 다쳤지만 침착하게 휴대전화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위치를 설명했다. 아케이는 고립된 지 20시간 만에 어린이 2명과 함께 구조됐다.

반의 한 건물에서도 20대 여성이 휴대전화로 친구에게 자신의 생존 소식을 알려 목숨을 건졌다. 이 여성은 “빨간 잠옷을 입고 있다”는 정보와 함께 자신이 매몰돼 있는 곳을 친구에게 알려 두 시간 뒤 구조됐다. 이번 지진의 구조작업과 구호에는 SNS(소셜미디어)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구글은 아이티·칠레 지진 때 활용한 ‘사람 찾기 툴’을 재조정, 이번 지진 실종자들의 안전 여부와 관련 정보를 게시하거나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트위터에서 사람들은 구호방법과 기부 대상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반과 에르지스에서는 지진 발생 사흘째인 25일에도 필사의 구조작업이 벌어졌다. 통상 지진 매몰자 생존의 한계로 알려진 72시간이 임박한 데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25일 집계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은 2260채 이상이다. 사망자는 360명이 넘어섰고, 부상자는 1300여 명에 이른다. 실종자가 500여 명에 달해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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