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 3부자 모임, 무슨 말 오갔나]

중앙일보

입력

9일 오전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청운동 자택에서의 정씨 3부자 회동에서 과연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지난 31일 동반퇴진 선언후 계동사옥에서의 3부자 회동때와 마찬가지로 MK.MH측은 이번 모임에 대해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우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측은 귀국 문안인사 자리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선에서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눈치다. 몽구 회장의 한 측근인사는 "문안인사 자리여서 `의미있는'대화가 없었고 따라서 경영권 문제에 관한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쪽 인사들은 이번 회동에서 정 전명예회장이 경영권을 고수하려는 정몽구 회장을 강도높게 질책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볼 때 정 전명예회장은 이날 회동에서 몽구회장에게 재차 경영퇴진 의사를 물었고 몽구 회장은 뚜렷한 답변없이 황급히 자리를 떴을 가능성이 높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쪽의 한 인사는 "정 전명예회장이 몇차례에 걸쳐 정몽구 회장에게 퇴진의사를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청운동 회동에는 정몽구.몽헌 형제외에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 정 전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KCC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 참석했다.

정몽헌 이사가 오전 6시16분께 가장 먼저 청운동 자택에 도착했고 2분만에 김사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어 정몽구 회장은 6시30분, 정몽준 고문과 정상영 회장은 6시41분께 속속 자택에 모여들었다.

김 사장은 불과 25분만에 나왔고 정상영회장도 오전 7시2분께 자리를 떴다. 정몽구 회장은 30여분만인 7시3분께 굳은 표정으로 나온 반면 정몽헌 회장과 정몽준 고문은 1시간 넘게 있다가 각각 7시30분과 44분에 별다른 표정없이 집을 나섰다. 결국 4부자가 함께 있었던 시간은 20분 남짓이다.

한편 이날 3부자가 청운동 자택에 회동한 경위가 다소 불확실하다. 정 전명예회장이 경영권 문제 수습을 목적으로 직접 `소집령'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지만몽구.몽헌 형제가 귀국후 문안인사차 들렀다 조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몽구 회장쪽의 한 측근은 "MH가 오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서로 동정을파악하는 과정에서 한쪽의 청운동 자택방문 계획을 눈치채고 `방어차원'에서 방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정준영.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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