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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과 네거티브의 차이는? 억울하면 네거티브 뜨끔하면 검증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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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화제로 떠오른 KBS-2TV ‘개그 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코너를 나도 즐긴다. 세태를 콕 짚어 유머로 바꾸어내는 제작진의 치열한 프로 정신과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가령 부부 중 누가 얼마만큼 아기를 돌보아야 하나? 애정남은 ‘상체는 엄마가, 하체는 아빠가 책임져야 한다’고 명쾌하게 판정한다. 아빠는 젖이 없으니 대소변 처리를 담당하라는 거다. 밤중에 아기가 깨 칭얼댈 때는? “생후 10개월까지는 아빠 몫”이란다. 엄마는 이미 열 달간 배 속에 품고서 고생했으니 말이다.

 애정남 코너에 물어라도 보고 싶다.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 얘기다. 나경원 후보 측의 네거티브 혹은 검증 공세에 후줄근하게 두들겨 맞은 박원순 후보도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진흙 밭 개싸움이 본격화된 셈인데, 도대체 ‘검증’과 ‘네거티브’는 무슨 기준으로 갈라야 할까. 물론 ‘쇠고랑 안 찹니다~잉’이 애정남의 전제조건이니까 불법 선거운동은 처음부터 논외로 쳐야 한다. 검증은 긍정적, 네거티브는 부정적 느낌을 주는 용어지만 우리나라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공직선거법 제58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대의 표를 깎아내리기 위한 네거티브도 엄연히 선거운동에 속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기준 세우기가 더욱 애매해진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사실(fact)이냐 아니냐 여부. 제기한 문제가 사실이라면 검증이라 불러도 좋다. 사실이 아니거나 약간의 사실에 거짓을 듬뿍 얹어 공격한다면 네거티브다. 또 자기 이름을 걸고 비판한다면 검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막 뒤에 숨어 익명으로 공격하면 네거티브로 취급해도 된다. 아마 역대 제일의 네거티브 전문가는 엄창록(1988년 작고)일 것이다. 유권자에게 상대 정당 이름으로 돈을 돌린 후 “잘못 줬다”며 도로 걷어가 반발하게 만드는 등 그의 기발한 수법들은 지금도 정계에서 신화로 남아 있다.

 검증이든 네거티브든 적어도 지금까지는 박원순 후보가 적자를 본 형국이다. 선거 출마가 처음이라 미개척지(?)가 워낙 많은 분인 데다 간혹 시도한 네거티브 공격도 왠지 서툴렀다. ‘장애아 알몸 목욕’으로 나경원 후보를 닦아세우는 게 장애아를 둔 나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네거티브는 잘못 쓰면 쥐약이 된다. 박 후보를 비꼰 ‘협찬 인생’과 나 후보가 오세훈 전 시장 후계자라는 ‘또세훈’ 중 어느 쪽이 더 위력이 컸을까.

 유권자 절대 다수는 네거티브에 비판적이면서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최종 판단은 유권자 몫이지만 그 전에 후보 속마음을 기준으로 애매한 것을 정해 보자. 공격을 받고 억울하면 네거티브고, 뜨끔하면 검증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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