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금 정상화-영업정지 갈림길

중앙일보

입력

한국종금의 '대우 연계콜 망령' 이 좀처럼 가실 조짐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예금보험공사의 한국종금에 대한 나라종금 발행어음 대지급을 유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종금의 유동성 위기는 곧 '정상화냐 영업정지냐' 의 갈림길에 들어설 전망이다. 기관.일반인의 예금 기피 및 인출 사태를 한국종금 스스로가 진정시키기에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예보의 대지급 이행 여부다. 한국종금은 예보가 나라종금의 1천8백80억원 발행어음 대지급을 이행한다면 즉각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정부가 뒤늦게 동조, 대지급 가능성을 모색하며 나섰다.

하지만 정작 돈줄을 쥐고 있는 예보는 강경하다. 예보 관계자는 "대우 연계콜은 고객자금을 멋대로 지원한 투신.종금사나 이를 중개해준 금융기관이나 관행적으로 탈법을 자행해온 것" 이라며 "이미 대한투신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있는 연계콜 대지급 논란인데 한국종금에만 예외를 적용할 순 없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대 주주인 하나은행의 입장도 흔들리고 있다. 예보의 대지급 이행을 전제로 책임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내심 걱정은 태산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한국종금의 위기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만이 아니라 자산.부채의 구조적 결함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발을 담그기 어렵다" 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종금업계는 이번 한국종금의 유동성 위기를 업계 전체의 존립 위기로 간주하는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IMF 위기극복 과장에서 워낙 탈진해 이제는 약간의 충격도 견딜 재간이 없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2~3천억원으로 막을 일을 수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사태로 몰아간다" 고 언급할 정도다.

당초 금융 당국은 한국종금의 상황 흐름을 통해 종금업계의 경쟁력을 검증하면서 전반적인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변수로 선(先)부도방지로 돌아섰다. 결국 관건은 누가 먼저 나서는가인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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