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중국, `약물'로 약골 전락

중앙일보

입력

"은메달이라도 따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시드니올림픽을 100일 앞둔 중국수영 경영 지도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94로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금메달 16개중 12개를 휩쓰는 등 90년대 세계최강을 자랑했던 중국수영이 도핑테스트라는 `덫'에 걸려 하루아침에 `약골'로 전락했다.

일본을 따라잡는 데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냉정한 자체 판단.

푸밍샤가 복귀한 다이빙에서만 아성을 지키고 있을 뿐 경영에서는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스타가 없는 것이 한때 수영왕국이었던 중국의 현실이다.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러징이가 지난 5월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가운데 현재 여자자유형 단거리의 한슈에와 개인혼영 천얜 정도만 메달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뿐 나머지는 8강을 목표로 잡을 만큼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

중국수영의 몰락에는 두 말할 나위없이 잇단 약물스캔들이 크게 작용했다.

'94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7명이 무더기 양성반응을 보였던 중국은 이후 `약물사용선수 영구추방' 등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98년 1월 호주 퍼스세계선수권대회에서 4명이 적발돼 국제 스포츠계의 지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퍼스 약물파동은 중국의 재기를 당분간 어렵게 만든 계기가 됐다.

90년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중국수영협회 집행부가 대거 물러나고 비전문가들이 앉으면서 사단이 생긴 것.

새 집행부는 `경험을 공유케한다'로 취지로 경영과 다이빙 등 각 종목 코치들을 맞바꾸는 등 특단의 조치들을 내렸지만 되레 불신풍조만 키웠고 이는 98년 12월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참패를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시드니대회를 기점으로 집행부에 대한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중국수영 지도자는 "당분간 미국, 호주, 일본 등 이른바 수영 3강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세계정상 복귀를 위해 유망주 발굴과 선수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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