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활용한 체험교육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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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만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는 데 그쳤던 전시관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오감을 자극하는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상의 공간을 체험하는 시뮬레이션, 시각·청각에 이어 촉감을 자극하는 4D기기와 정보통신(IT)의 기술을 적용한 체험전시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길러주고 수학·과학 원리를 일깨워주는 전시관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8일 오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층 멀티미디어실 내 체험형 동화구연실. 아기돼지 모자를 쓴 초등생 3명이 대형 스크린 앞에서 신이 났다. 동화 아기돼지 3형제의 주인공이 된 아이들은 대형 스크린에 자신들의 움직임이 영상으로 나올 때마다 환호했다. 이러한 체험이 가능한 것은 ‘체험형 동화구연 프로그램’ 덕분이다. 아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정면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를 담아 스크린으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3D 가상현실 기술덕택에 아이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동화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두 자녀를 데리고 도서관을 찾은 이문희씨는 “아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이 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평소 책 읽기를 싫어했던 아이들도 책에 흥미를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독서습관 생활화와 독서진흥을 위해 개발했다. 이숙현 관장은 “디지털문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기에 좋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어린이과학관 2층 비밀마을. 소방복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불이 난 곳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위험할 것 같지만 안전하다. 아이들이 불을 끄는 대상은 실제 화재현장이 아닌 대형스크린이다. 인천어린이과학관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올해 어린이 체험전문 박물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이 많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면어른이 됐을 때의 목소리로 변환해 들어볼 수 있고 카메라맨이 돼 크로마키(두 대의 카메라로 배경과 전경을 따로 찍어 합성하는 기법) 촬영을 해볼 수 있다. 3D 영상에 진동의자, 물, 바람과 같은 디지털 효과를 구현해 느껴 볼 수 있는 4D 영상관도 갖추고 있다. 플로렌 구조(축구공 모양의 분자물질)를 이용해 축구공을 만들고 삼각형 도형을 이용해 왕관을 만들면서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4D로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과천서울대공원 취미박물관 하비인 3층에는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해보는 공간이 있다. 상설 취미박물관으로 개관한 이곳에서도 디지털 체험에 대한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높다. 엄윤성 관장은 “평소 엄두를 낼 수 없었던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조종해 볼 수 있다”며 “디지털시대에 나고 자란 아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첨단기술을 적용한 체험공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설명] 인천어린이과학관에서 소방관 복장을 갖춰입은 한 어린이가 불을 끄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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