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선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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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 인근에 위치한 극단 선창의 새 보금자리. 허름한 창고 2층을 소극장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공사 용품 가운데서 배우 한 명이 산소용접기로 무대 세트를 만들고 있다. 강대흠 대표(40)가 감격에 겨워한다.

"4년만에 연극 전용극장을 다시 마련하게 됐습니다. 6월 중순에는 완성될 겁니다. 이제야 마음 놓고 연극에 열중할 수 있겠어요. "

올해로 창단 42년을 맞은 극단 선창 1958년 목포의 연극 동호인들이 만든 '목포 극협'을 모체로 그동안 '남도 연극 1번지'를 자부해온 단체다.

그 선창이 지금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목포 시민회관 안에 있던 소극장이 96년 시민회관 폐쇄와 함께 없어지면서 감내해야 했던 유랑생활을 청산하게 된 것.

"선·후배들이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목포 연극의 자존심을 지켜내자는 뜻입니다."

선창의 분위기는 안정적이다. 극작가 차범석(예술원 회장)·배우 김길호 등 한국 연극계의 중추적 인물을 배출한 목포의 저력을 계승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시설·재정이 턱없이 빈약한 지방에서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세월을 버텨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연극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예술의 고장인 남도의 명맥이 끊어져서야 되겠습니까. "

배우 정권숙씨도 거든다. "가족들 생일은 몰라도 단원들 신상은 깨알 같이 알아요. 이게 바로 선창의 힘이 아닐까요. "

선창의 자랑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역밀착형 연극을 지향한다. 여기엔 전(前)대표인 극작가 김창일씨의 공이 지대하다.

그는 신안 해저유물 도굴사건을 배경으로 외지인의 배금주의를 비판한 '갯바람', 장가 못간 시골 노총각을 내세워 우리 농촌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한 '안개섬' 등 해안·농촌지역의 문제점을 들춰내며 연극과 삶의 일치를 추구해 왔다.

둘째 탄탄한 학생층이다. 올해 40회를 맞는 학생연극제가 관객과 배우들의 산실이 됐다.

전국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전통이다. 20여명의 선창 단원도 전원 학생연극제 출신. 95년엔 선창 단원이 중심이 돼 목포 시립극단도 창단했다.

선창은 또한 연극 대중화를 위해 96년부터 고교연합 연극동아리인 청소년 극단 '별누리'를 지도하고 있다.

반면 강대표의 현실인식은 냉정하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연극도 침체한 상태입니다. 깊이 있는 작품으로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올해 소극장 개관을 계기로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열악한 환경을 탓할 수만은 없죠. 잠시 중단했던 도서벽지 순회공연도 재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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