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인도 찾는 모텔, 이노스텔 확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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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에서 도시로 여행을 떠날 때 가장 어려운 일이 숙소 고르기다. 고급 호텔을 잡으면 그만이겠지만 비싼 가격 앞에 과욕을 접기 마련이다. 중저가(中低價) 모텔이나 여관을 찾아나서지만 역시 녹록지 않다. 유흥가나 환락가 한복판에서 울긋불긋한 네온사인을 번쩍이는 모텔·여관에 들어가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많은 곳은 ‘퇴폐와 불륜의 러브호텔’이란 어두운 이미지가 드리워져 있다. 가족 여행 중 이런 낯 뜨거운 상황에 처해본 경험을 대부분의 한국인은 갖고 있다. 내국인이 이럴진대 외국인은 어떻겠는가.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늘고 있다. 올해 서울에는 960만 명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에는 관광호텔급을 포함해 139개 호텔에 2만4000여 객실이 있다. 객실 수요에 비해 절반밖에는 수용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평가한 우리나라 관광산업 경쟁력은 139개국 중 32위였다. 문화자원 등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숙박시설은 100위권에 그쳤다. 외국 관광객들은 하룻밤에 수백 달러짜리 호텔에서 머물든지, 아니면 러브호텔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2007년 서울에서 ‘이노스텔(Innostel)’이 도입됐다. 3만~6만원대의 저렴한 숙박비에도 외국인이 편하게 묶을 수 있는 모텔을 지정해 브랜드화한 것이다. 39곳에서 1700여 객실을 운영 중인데 올 들어 공식사이트를 통해 7000여 명이 예약할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일부 업소의 ‘대실(貸室)’ 영업이 알려지고 ‘세금으로 러브호텔을 지원한다’는 비난이 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운영자금 저리 융자와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정책적 지원도 끊겼다고 한다.

 우리가 선진국에 가보면 가장 큰 차이점은 양질(良質)의 숙박시설이다. 자그마하면서도 싸고 정갈한 호텔이 흔하다. 잠자리는 그 나라에 대한 인상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을 좌우한다.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러브호텔의 변신(變身)을 위한 과감한 지원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게 관광산업 대도약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