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브레이빅 마약 먹고 범행 … 미친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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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앰뷸런스는 보통 사고발생 후 10~12분 내에 도착하는데 경찰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노르웨이 영자지 더 포리너)

 노르웨이 우퇴야 섬에서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의 ‘인간사냥’이 시작된 지 9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노르웨이 경찰의 늑장대응에 비난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브레이빅 자신도 “경찰이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 놀랐다”고 밝혔을 정도다. 26일(현지시간) 경찰은 테러 사망자 수를 93명에서 76명으로 정정했다.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 테러 사망자는 7명에서 8명으로 늘었지만, 우퇴야 섬 총기난사 사망자는 86명에서 68명으로 줄었다. 경찰은 “우퇴야 섬의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크누트 스토르베르게트 법무장관은 “경찰의 조치는 환상적이었다”며 한술 더 떴다. 이에 노르웨이 네티즌들은 “경찰이 사망자 수도 모르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브레이빅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브레이빅의 변호사 게이르 리페스타드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가 미친(insane) 것 같다”고 말했다. 브레이빅은 스스로 ‘강하게’ 되기 위해 총격 전 마약을 복용했다고 변호인은 덧붙였다. 브레이빅의 구금 여부 심리가 비공개로 열린 이유에 대해 변호인은 “다른 테러 조직원에게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에 출두하면서도 브레이빅은 극도로 침착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침착하게 “화가 난 노르웨이인들의 총에 맞아 죽을 것 같다”라는 말을 반복했으며, 석방 여부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레이빅은 자신의 선언문에 푸틴 러시아 총리,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이명박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푸틴 총리는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한 사탄이며 완전히 미친 사람으로, 그가 말한 것은 단지 미친 사람의 광란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당하지만 청와대가 일일이 그런 것에 대응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브레이빅이 ‘십자군’ ‘성전기사단’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기독교계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울라프 트비트 사무총장은 “이번 테러와 기독교를 결부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강조했다. 브레이빅은 또 자신을 ‘기독교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성서대 유정선(조직신학) 교수는 “근본주의는 세속과 담을 쌓고 성경 말씀대로 사는 것이지, 테러나 폭력과는 전혀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5년간 아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 옌스 데이비드 브레이빅(76)은 노르웨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아들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빅은 부모의 이혼 후 줄곧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왔다.

이현택 기자, 이태규 인턴기자(한국외국어대 영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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