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모욕죄, 현대 사회에 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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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람을 깔보고 욕되게 하는 것이 모욕(侮辱)이다. 그제 헌법재판소는 모욕죄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다가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은 40대 남성이 ‘욕설에 형벌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며 청구한 사건이었다. 헌재는 모욕죄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나 언어 등으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욕을 하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당하는 입장에 서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모욕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처벌 조항을 강화할 필요까지 있다.

 우리 형법은 ‘공연(公然)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11조)고 규정한다.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대법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판례를 세워 모욕죄를 인정한다. 지난 5월 강용석 국회의원에 대한 1심 재판에선 ‘집단모욕’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남겼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는 취지의 강 의원 발언이 아나운서 직업을 가진 개인 명예를 집단적으로 모욕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에서도 모욕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추세다.

 헌재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모욕적 행위가 쉽게 전파될 수 있고, 피해가 과거에 비해 극심해져 그 회복 또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주 적절하다. 서울지하철에서 ‘막말남’ ‘패륜녀’로 명명된 젊은 남녀가 70~80대 노인에게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게 요즘의 세태다. 휴대전화 하나만 있어도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욕설을 통해 제3자를 모욕할 수 있다. 모욕 행위를 엄하게 다스려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모욕은 상식과 양식(良識) 문제다. 처벌에 앞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회적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