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5% 원하는 ‘학원법 개정’…법사위, 28일에도 깔아뭉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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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우윤근 민주당 의원)에서 발이 묶여 있다.

국민의 94.6%(교육과학기술부, 성인 2000명 조사)가 개정에 찬성하는데도 의원들이 뭉개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학원비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원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입시컨설팅과 인터넷강의 업체를 ‘학원’으로 분류 ▶교재비·자율학습비 등 추가경비 학원비에 포함 ▶수강료 정보 공시 ▶영수증 발급 의무화 등이다. 이 안은 28일에도 법사위 벽을 넘지 못하면 18대 국회에서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학부모들 “학원법 통과 안 되면 낙선운동”

재수생 학부모인 최모(46)씨는 지난해 고3이었던 딸의 입시컨설팅 비용으로 100여만원을 썼다. 대입 전형이 복잡하고 다양해 막막하던 차에 “자녀의 특징에 맞는 전형을 골라 원서 작성을 도와준다”는 광고에 끌려 컨설팅을 이용했다. 최씨는 “무슨 근거로 시간당 수십만원씩 받는지 의심스러웠다”면서도 “정보가 아쉬울 때라 따져 묻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인터넷강의도 강좌당 8만~9만원씩 하는 것을 여러 개 신청하니 수십만원이 넘었다”며 “사교육비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최씨가 ‘사교육’이라고 여기는 입시컨설팅이나 인터넷강의(인강)는 현행법상 학원이 아니다. 신종 고액 사교육인 입시컨설팅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인강도 ‘원격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돼 규제가 느슨하다. 사실상 학원인데도 학원 관련 법이 적용되지 않아 수강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학원법 개정안은 올 3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전에 거쳐야 할 법사위에 상정된 지 석 달째 잠자고 있다. 그 사이 학원총연합회 등 학원 관계자들은 국회 앞에서 삭발투쟁을 하는 등 법사위에 학원법 개정 반대 로비전을 펼쳤다.

 22일 법안 상정 뒤 처음 열린 법사위 심사에서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학파라치 때문에 학원 선생님들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을 찾아와 (개정안이) 너무 과도하다는 얘기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학원법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28일로 심사가 미뤄졌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법사위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22일 회의 이후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박 의원실에 항의전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총선을 의식해 학원 눈치를 보고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의원들에 대해 낙천·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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