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DAQ!?] 下. 코스닥의 미래 찾기

중앙일보

입력

올들어 거래소시장에서 증자를 예고한 기업은 삼보컴퓨터.대상사료.한진 등 3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계획대로 증자를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면 코스닥 등록 기업은 2월 중에 35개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7천6백98억원을 조달했고 3월 중에도 31개사가 계획하고 있다.

◇ 정보통신 벤처를 너무 급하게 키우다 보니〓정부는 지난해 2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이후 정보통신.인터넷 관련 기업에 과감한 지원을 해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스닥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길도 넓혀주었는데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을 너무 급하게 키우려다 보니 금융과 실물 부문이 연결이 안되고 겉도는 느낌이 있다" 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하기도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초 코스닥시장의 부작용에 관한 보고서를 냈다가 정부로부터 혼쭐이 났다" 며 "부작용이 가시화된 뒤에야 대책 운운하고 있다" 고 꼬집었다.

처음에는 거래소와 코스닥이 보완관계에 있다는 뻔?거래소시장의 진입장벽은 그대로 둔 채 코스닥시장의 문호를 개방했다. 거래소 시장의 진입요건은 까다로운데 비해 코스닥은 한결 쉽다.

상장사들이 배당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투자설명회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주주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은 것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부추겼다.

지난 10년간 상장기업의 배당수익률은 1.4~2.3%에 불과했다. 은행금리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배당이었다.

전경련의 유한수 전무는 "지금처럼 기업 내재가치보다 시가총액이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조업은 또다른 위기를 맞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코스닥, 바람직한 새판 짜기〓제도를 바꾸는 것으로 현재의 코스닥 열풍을 진정시킬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미국.유럽 등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할 정도로 인터넷.정보통신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 라고 전제하고 "제도개선보다 기업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완전 공시주의' 의 정착만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관련 기업은 수익이 언제 실현될지 몰라 적절한 평가모형이 없는 만큼 허위공시.불성실공시 혹은 대주주가 증자를 통해 자신의 배를 불린 경우가 밝혀지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도 높은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시장의 강정호 사장은 "코스닥 투자자들이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지만 1년에 주주가 11번이 넘게 바뀔 정도로 단기매매를 하고 있는 것은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하는 공시 외에도 애널리스트의 분석공시, 시장운영 주체의 공시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고 덧붙였다.

동양증권에서 코스닥종목 분석을 담당하는 정일영 과장은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들어서는 코스닥종목의 적정가격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분석을 하고 있고 분석인력 충원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양질의 분석자료들이 나오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거래소 시장에도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이 1백30여개나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는 해당 기업들에도 책임이 있다.

주주들을 등한시했던 것은 물론 투자설명회(IR)를 통해 기업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없었다는 얘기다.

현대그룹 김상욱 이사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워낙 많이 한 탓에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며 "현재 현대전자.현대중공업 등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기업들에 대해 IR나 자사주 취득 등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효과가 있을 지 걱정" 이라고 말했다.

◇ 확충 시급한 인프라〓코스닥시장이 몰려드는 투자자들을 수용할 만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큰 문제다.

특히 증권사 지점에서 쏟아지는 매매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쩔쩔 매기 일쑤이며 주가조작 등을 잡아낼 심리시스템도 없는 상태다.

또 전산망 미비로 주문을 내고 매매가 체결되기까지 시간차가 벌어지면서 허수(虛數)주문에 대한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의 감리시스템은 오는 가을에나 제대로 갖춰질 것이고 그때까지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체계적인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