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株價 보고 사고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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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 카오스(Chaos) 이론이 있다. 전혀 상관관계가 없거나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에는 어떤 법칙이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이 이론 중에 유명한 것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이다. 나비효과란 남미지역 아마존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아시아 지역 태풍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약간의 비약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주가 움직임이 우리나라 증시에 주는 영향을 보고 있노라면 나비효과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밤새 이루어지는 미국 주가는 그 다음날 아침 즉각적으로 우리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는 우리 시간으로 낮에 이뤄지는 미국 주가선물 움직임마저 리얼타임으로 장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단어를 주식시장만큼 실감하는 곳도 없을 듯하다.

이런 현상은 너무나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투자자들이 당황해하고 질문을 해온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의 영향이 어떻게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미국 시장의 움직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살펴본다.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미국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심리와 주가이다. 주식시장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의외로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충동적으로 매매한다. 충동매매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움직임이 국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처럼 외국인들이 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동안의 학습효과에서 어지간한 투자자들도 아침에 미국 주가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다.

둘째, 금리와 주가이다. 최근 미국의 주가는 금리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금리란 원래 주가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기업의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기업의 미래가치가 줄어듦으로써 주가가 하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런데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데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 표면적으로 보면 당연한 의문인지도 모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 금리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외국 투자자들이 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도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이미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소비와 주가이다. 지금 미국은 세계의 중심부이다. 어쩌면 미국 경기에 의해 전세계 경기가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미국의 소비력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주식시장이 워낙 발달돼 있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가하락은 소비감소로 바로 이어진다. 미국의 소비감소는 세계적인 소비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바로 받게 된다.

간략히 살펴본 요인들이지만 이런 요인들만으로 보더라도 미국 주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지구촌 시대에 있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내 요인을 가지고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가? 슬프지만 일정 부분 그럴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단지 미국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투자판단의 자료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미국이 올라도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하거나 미국이 내려가면 더 크게 내려가는 경우에는 매도전략이 좋다. 반면에 미국시장이 하락해도 별로 빠지지 않거나 미국이 약간 오를 때 더 크게 오르는 경우에는 매수전략이 좋다.

어려울수록 쉽게 가자. 미국 나비의 날개짓이 어느 정도의 강풍으로 다가오는지 정확히 체크만 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지구촌 시대의 훌륭한 지표가 된다. 문의 02-6747-6677 doolypapa@ thinkpool.com·www.Thinkpool.com

김동진 싱크풀 대표 / 이코노미스트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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