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담배 가격인하 공략… 시장급속 잠식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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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업체가 담배판매가를 사실상 대폭 인하하고 나섬에 따라 외국산담배의 시장잠식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들 회사는 국내 담배사업법상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피해 일간지에 대형 ‘담배 가격 공고’를 게재, 편법광고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 담배공급업체 BAT(British American Tobacco)는 31일 일부 신문의 1면에 대형 `공고'를 내 2월 1일부터 새로운 `켄트 수퍼 라이트'를 갑당 1천3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필립 모리스(PM)도 오는 2월 8일부터 신제품 `필립모리스 수퍼슬림'을 갑당 1천500원에 판매한다는 공고를 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BAT가 지난 25일 이같은 내용의 가격신고를 해 왔다고 밝히고 이 담배는 포장이 `소프트팩'일 뿐이어서 사실상 기존 1천600원에서 300원(18.8%)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제 담배는 `필립 모리스 수퍼라이트'가 1천300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1천600원, 또는 그 이상이다.

PM의 신제품 발매도 슬림형 제품의 가격이 버지니아 슬림 1천700원, 리치 1천600원 등으로 대부분 높고 최근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품종이어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한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산담배의 경우 가격을 승인받아야 하지만 외제담배는 신고로 끝난다며 최근 환율의 하락 등에 힘입어 값을 낮추면서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켄트 외에 던힐, 피네스 등도 공급하고 있는 BAT는 PM, 일본의 JTI와 함께 국내 외제담배시장의 3대 메이저이지만 점유율은 아직 가장 낮은 상태다.

외제담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 95년 12.5%, 96년 11.0%, 97년 11.2% 등으로 10%선을 넘었으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98년 4.9%로 급락했으며 지난 해에도 6.5%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월별로는 연초 5%대이던 것이 7월 6.1%, 9월 6.7%, 11월 7.2%, 12월 7.9% 등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관계자들은 따라서 외제 담배들이 가격까지 낮출 경우 점유율 상승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BAT의 신문공고는 그 내용이 담배명과 가격 등만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 크기나 형태가 광고에 가깝다는 점에서 편법광고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 및 그 시행규칙에는 담배의 판매광고는 금지돼 있으나 가격의 공고는 가능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결국 판매를 확충하려는 의도겠지만 법규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국산담배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품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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