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킹'이라면, 인터넷업체는 '킹메이커' - 3

중앙일보

입력

1+1=3일 수도

물론 전혀 상반된 쪽에서 합병을 바라보는 일도 가능하다. ''1+1=2''가 아니라 3이라는 공식이 M&A에서 적용될 수 있고 특히 인터넷 경제에서 그 공식은 더욱 확실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 AOL은 다양한 콘텐츠를 얻었고, 타임워너는 웹상에서 리더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결국 각각의 회사가 지니고 있던 약점들만 이번 합병이 고스란히 훔쳐가버린 셈이다.

타임워너는 그간 인터넷 산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에 실패했었다. 사실 타임워너뿐 아니라 어떤 미디어 기업도 인터넷으로의 성공적인 이전을 거두지 못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으로의 사업확장을 부단히 모색해 온 타임워너가 결국 깨달은 것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winner-take-all)''는 인터넷 경제의 격언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인터넷 기업이 일정 규모에 올라서고 나면 2위, 3위 기업들은 죽어도 1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AOL 역시 세계 2위의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가 가진 잡지·뉴스·영화·출판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타임워너가 가진 1천 3백만 회선의 케이블 TV망을 이용함으로써 기존 전화선에 비해 1백배나 빠른 광대역의 초고속통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AOL-타임워너가 인터넷의 승자다. 더 이상의 게임은 없다." (AOL의 최대 주주인 야누스캐피털의 자산관리담당 존 슈라이버)

거대기업이 출현하고 이러한 거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사실에서 보면 산업사회에서의 ''규모의 경제''가 디지털 경제에서 다시금 재조명받게 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 볼륨을 키우기 위한 제2, 제3의 거대기업간 인수합병이 연이어 발생하리란 예측이 가능하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흔히 ''BOB 모델''로 불리는 최강자끼리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Best of Best''만이 살아 남는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땅이 바로 인터넷이란 신대륙이다.

산업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을 시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인터넷 기업이 주체가 돼 합병했다는 점에서 인터넷 거품론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거대미디어 기업과의 통합으로 인해 인터넷 기업의 성장성과 가치를 시장에서 검증받은 셈이며 이로써 인터넷 기업 거품론이 꺼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도연 연구위원)

뿐만 아니라 이번 합병을 통해 앞으로 디지털 경제하의 기업간 합병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쪽으로 전개될 수 있음이 예견되고 있다.

"마치 손정의 회장이 MS와 손잡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삼성전자가 손잡는 식의 상상을 초월하는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터넷 기업들간, 혹은 인터넷 기업과 舊산업기업간 합종연횡이 국내에서도 엄청나게 일어날 것이다."(지식경영연구소 윤준수 박사)

더구나 인터넷과 기존 미디어가 통합됨으로써 이제 미디어의 수용자는 시청자나 독자의 개념이 아니라 ''유저(user)''개념으로 변화돼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게 됐다. 미디어가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앉아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매체에 쌓아둔 정보를 꺼내가는 식의 ''유저''중심의 미디어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루퍼트 머독과 같은 미디어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정보전달자가 아닌, 차려둔 잔칫상에 손님을 끌어와야 하는 인터넷 경제식의 발상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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