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뷰] 기관·큰손 空매도 개미군단서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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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을 움직이는 기관이나 '큰손' 에게만 허용되는 공매도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입니다.
개인들은 묶인 손으로 싸우란 말입니까. " "주가의 하루 변동폭이 정해져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 기법인 공매도는 주가 조작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

사이버 공간에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불 붙기 시작한 개미들의 '공매도 철폐' 움직임이 인터넷 증권전문 사이트에 별도의 토론 게시판이 만들어질 정도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주식을 팔 수 있는 투자 기법으로 3일 후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불공정 행위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일부 큰손들과 기관투자가들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고▶기관들은 증거금도 필요없는 데다▶공매도를 통해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일 일부 증권사 사장들이 이헌재(李憲宰.현 재정경제부장관) 당시 금감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코스닥시장에서의 공매도 허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증권업협회 코스닥관리부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은 협회중개시장 운용규정에 따라 공매도.대주 등 모든 신용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며 "이는 고수익.고위험이라는 코스닥시장의 특성상 신용거래가 주가 변동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D증권사 직원들로부터 "주가를 올리겠다" 는 협박을 받고 20억원을 갈취당했던 李모(35)씨도 공매도를 통해 큰 돈을 벌려다 사고가 난 경우. 李씨는 전체 주식수가 2백80만주에 불과한 S산업 주식을 80여만주나 공매도하려다 이 사실을 알아챈 증권사 직원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전체 주식의 30%가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면 십중팔구 주가가 급락, 공매도를 한 사람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연구원 이정범(李柾範)연구원은 "공매도 자체는 주가의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한 헤지(hedge)기능이 있어 무조건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며 "다만 일부에서 시세조종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李연구원은 또 "미국의 경우 주문을 낼 때 그 직전보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으면 공매도를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다" 며 "당장 주문 시스템을 고치기는 어렵겠지만 과도한 가격 상승을 방지할 수 있는 공매도 제도의 장점을 살리려면 어느 정도의 개선은 필요하다" 고 말했다.

◇ 공매도(空賣渡).대주(貸株)〓공매도는 주가 하락시 재매입해 시세 차익을 얻거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하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 현행 증권거래법에는 상장.등록 법인의 임직원 또는 주요 주주가 본인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고 규정,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개인들에게도 신규 상장.유상증자로 주식 입고(入庫)가 확실한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대주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판다는 점에선 공매도와 비슷하지만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빌려 매도한 뒤 3개월 이내에 다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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