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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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 승용차 타이어 시장 1위인 금호타이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 국영 CC-TV가 몰래카메라로 톈진(天津) 공장에서 재생고무를 섞어 타이어를 만드는 장면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재생고무는 폐(廢)타이어와 엄연히 다르고, 원래 타이어를 만들 때 일정 부분 재생고무를 섞는 게 관례라고 한다. 그런데도 일부 중국 인터넷 매체는 재생고무가 아니라 마치 폐타이어를 사용했다는 식으로 허위 보도까지 일삼고 있다. 톈진 당국이 문제의 타이어를 검사해 안전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금호타이어 때리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할 수 없이 30만 개의 타이어를 리콜하고 한 달째 공장 가동을 못 하고 있다.

 그제는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 때 한국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통해 삼성과 LG에 보조금을 줬다는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제의 하단 냉동고형 냉장고는 삼성과 LG가 미국 시장의 58.7%를 차지하는 반면 한때 세계 1위이던 월풀의 점유율은 8.5%에 불과하다. 미국이 1986년 컬러TV 브라운관 이후 처음으로 한국 가전제품을 문제 삼은 것이나 월풀이 유례없이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동시에 제소한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

 이뿐 아니다. 최근 미국 애플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를 고소했으며, 어제 삼성전자도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을 맞고소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을 유일하게 위협하는 업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활약이 돋보이자 사방에서 때리기가 시작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며 “전 세계에서 우리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잘하면 잘할수록 시샘과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게 분명하다. 잘나갈 때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정도(正道)를 걸으며 세계 시장의 소비자들과 소통을 늘려 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견제와 도전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계 일류기업이 된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