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CEO] 정보통신주 공략나선 타이거펀드 로버트슨 회장

중앙일보

입력

'종이 호랑이' 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올해 잇따른 투자실패를 경험했던 줄리안 로버트슨(67.사진)타이거펀드 회장이 새해를 맞아 재기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로버트슨은 먼저 기술.정보통신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섹터 헤지펀드' 를 만들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엔 15명의 투자분석가를 영입하고 금융.통신.기술 등 5개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5개 팀을 구성해 직접 투자활동을 챙기고 있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과 함께 헤지펀드계의 양대 산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올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타이거펀드는 지난해 자산규모가 최고 2백20억달러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80억달러까지 곤두박질친 상태다. 올해엔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올해 4분기에만 상환 요구가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로버트슨의 위기는 지난해 10월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에 비해 10% 가까이 폭등할 때 거꾸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바람에 하루맙?20억달러를 날리면서 시작됐다. 올들어서도 US 에어웨이.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에 투자했지만 예상 외로 주가가 하락해 쓴 맛을 보았다. 설상가상으로 유능한 매니저들도 속속 그의 곁에서 떠나갔다.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12일 "금융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비효율성도 줄어들면서'고 있다" 며 "그만큼 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를 틈타 통화.이자율에 대형 도박을 벌이는' 대형 펀드들이 수익을 낼 기회도 줄었다" 고 보도했다.

투자분석가 마크 케년은 "타이거 펀드의 실적 부진은 로버트슨이 해당기업의 자산가치를 중요시하는 가치투자 기법을 선호했기 때문" 이라며 "로버트슨은 인터넷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경시했다" 고 분석했다.

로버트슨은 지난 80년 8백만달러로 타이거펀드를 설립한 후 러시아 채권시장, 아시아 통화시장, 귀금속 등에 투자해 97년까지 연평균 39%의 수익률을 냈다. 97년엔 56%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지난 11월 컨설팅업체 카슨 그룹에 의해 20세기의 10대 투자가 중 9위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의 재기 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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