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상률 수사, 의혹과 논란 매듭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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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의 수사를 피해 미국에 머물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년 만인 24일 새벽 귀국했다. 검찰은 28일 소환을 통보했다. 한 전 청장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고, 검찰이 무엇을 밝혀낼 수 있을까.

 한씨 조사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세청장이자 이명박 정부 첫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여러모로 연루된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지난 2년여 정치권을 흔들었던 박연차 사건의 시동을 건 인물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였다. 관할 부산청에 맡기지 않고 본청에 배당해 진두지휘했다. 세무조사 결과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권의 부도덕성이 드러났다. 한씨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처신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한씨가 국세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직접적 계기는 ‘그림 로비’ 사건이다. 한씨가 국세청 차장 당시 상관인 전군표 청장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그림을 선물한 혐의다. 한씨 자신은 ‘경주 골프 사건’ 때문에 물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말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을 골프 접대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표를 냈다는 주장이다. 두 사건 역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보다 민감한 문제는 야당이 주장하는 ‘도곡동 땅’ 진실규명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됐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며, 한씨가 이를 입증할 문서를 알면서도 은폐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대선 직전 수사를 했지만 결론이 명확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조직의 위신과 명예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와 관련해 늘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동안 한씨 관련 수사에서도 미온적이란 지적이 많았다. 비리를 근절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번 수사는 중요하다. 검찰은 한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에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각종 의혹과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