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쟁 이럴 땐 이렇게] 모바일론 편리하지만 … 개인정보 관리 철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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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임은애
금융감독원 조사역

김모(44)씨는 얼마 전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자신의 신용기록을 조회하다 깜짝 놀랐다. 한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다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출 신청을 한 적도 없던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조사 결과 이 대출은 신용불량자인 김씨의 동생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동생에게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를 만들어준 게 화근이었다. 김씨의 동생은 먼저 여러 금융사에 휴대전화로 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했다. 그 뒤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본인이 개설한 형 명의 예금계좌로 120만원을 대출받았다.

휴대전화 명의자가 동생이 아닌 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정을 알게 된 김씨는 자기 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민원을 취소했다.

 요즘 쉽고 간편한 소액 대출이 인기다. 모바일 론(Loan)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론의 대출조건은 단순하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번호, 예금 계좌번호 등 세 가지만 알려주면 즉시 돈이 입금된다. 편리하지만 사고 위험도 크다. 얼굴을 확인하지 않으므로 본인이 아닌 사람이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이후 저축은행에 비슷한 사례가 또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저축은행은 이후 모바일 론의 대출 방식을 바꿨다. 우선 휴대전화 인증 신청 횟수를 하루 세 번 이내로 제한했다. 둘째로 신용카드로만 본인인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개설이 쉽고 관리도 소홀하기 때문이다. 또 20대 고객은 신용등급이 5등급 이상일 때만 대출을 내주도록 하는 등 심사규칙을 강화했다. 대출 신청이나 대출 가능 여부 조회가 잦은 고객에겐 전화를 걸어 본인인지를 직접 확인토록 했다.

 지난해 말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은 1575만 명이다. 이용건수와 금액도 285만 건 4087억원에 달한다.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이 숫자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관련된 금융사고나 분쟁도 급증할 전망이다.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만으로 사고를 막을 순 없다. 개인정보를 소홀히 관리하면 언제든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모바일 시대의 휴대전화는 움직이는 돈이다. 문의 ☏1332(국번없이)

임은애 금융감독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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