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로도 잘 안보이는 무릎연골 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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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진 연골판을 봉합하고 있는 모습. 수술 부위와 출혈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등산을 즐기는 주부 송은미(48·서울 오류동)씨. 한 달 전 산을 내려오다 무릎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나면서 통증을 느꼈다. 송씨는 걷기조차 힘들어지자 집 근처 정형외과를 방문해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까지 했다. 진통제를 처방 받았지만 증상은 여전히 계속됐다. 수소문 끝에 관절내시경 전문병원을 찾아 연골판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손상이 적어 무릎에 구멍 몇 개만 뚫고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연골판 봉합수술을 받았다. 송씨는 사흘 뒤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회복했다.

중년 이후 발생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주범인 연골 손상은 MRI 촬영으로도 놓치는 사례가 많다. 보통 MRI는 관절구조와 인대·근육처럼 관절 주변 조직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관절 안쪽에 있는 연골이 손상을 받으면 10~20%는 잡아내지 못한다.

 이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 관절내시경이다. 관절·척추 전문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고용곤 병원장은 “관절 내부를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직접 들여다보는 관절내시경은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의 미세한 손상까지도 정확히 찾아낸다”고 말했다.

 무릎 연골은 관절 사이,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반월상연골판은 연골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한 개씩 위치해 있다. 물렁뼈인 두 조직은 무릎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조직이 찢어지거나 닳아 없어지면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진다.

 관절내시경은 5㎜ 내외의 작은 구멍을 뚫고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내시경을 넣어 관절 내부를 직접 관찰한다. 진단 부위를 약 8배 확대해 모니터로 볼 수 있어 관절 질환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문제를 찾아내면 작은 구멍을 1~2개 더 뚫어 바로 수술한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과거 절개수술과 비교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조직 손상과 출혈이 적고, 부분 마취를 해 수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 회복이 빨라 입원도 2일이면 충분하고, 3~4일 뒤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절 바깥쪽에 있는 인대나 근육의 상태를 진단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인공관절처럼 큰 부위의 수술에도 적용할 수 없다.

 관절내시경이 적용되는 관절 부위는 무릎부터 어깨·팔꿈치·손목·엉덩이·발목·발가락까지 다양하다. 이 중 무릎관절이 가장 많다. 연세사랑병원이 2008년 1월부터 3년간 시행한 관절내시경 시술 총 1만1087건 중 무릎관절이 6630건으로 약 60%를 차지했다. 이어 어깨(26%), 발목(14%) 순이었다.

 연골과 반월상연골판 손상은 보통 중년 이후에 나타난다. 연세사랑병원 송파·강동점 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은 “하지만 최근 스포츠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젊은 층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손상된 연골과 반월상연골판 치료는 망가진 정도에 따라 건강한 연골을 떼어내 심는 재생술,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봉합술, 연골판 이식수술 등 맞춤식 치료를 한다. 최대한 환자의 연골과 관절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김용찬 원장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뼈와 뼈끼리 부딪히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한다”며 “MRI 검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무릎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관절내시경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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