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공개후 여야 표정]

중앙일보

입력

28일 밤 정형근의원이 언론탄압 문건 제공자를 공개하자 여야 지도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민회의는 곤혹스런 분위기속에 사실확인에 나섰고, 반면 농성에 들어간 한나라당쪽은 투쟁열기가 더욱 고조됐다.

◇한나라당 =鄭의원이 제보자를 발표한 것은 28일 오후11시께. 이날 오후4시 시작한 국회 본회의장 철야농성이 무르익을 무렵인 오후 10시쯤. 와이셔츠 차림으로 농성을 진두 지휘하던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주요 당직자들은 급히 국회 총재실로 모였다.

이어 鄭의원이 10시40분쯤 총재실로 호출됐다.총재단.주요당직자 긴급 대책회의가 20여분쯤 이어졌고, 鄭의원은 국회 기자실로 찾아와 제보자의 신원을 털어놓았다.

鄭의원의 제보자 공개뒤 의원들은 "국민회의가 완전히 코너에 몰릴것" "제보자가 드러난 만큼 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기분좋은 농성" 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농성장인 본회의장 단상 앞에는 '언론탄압 말살음모 국정조사 즉각 응하라' 라고 쓴 구호가 나붙었다.

중간중간에 의총 형식의 토론회가 이어졌다. "이번 언론말살 사건의 본질은 현 정권의 언론정책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는 것" (朴明煥의원)
"탄압받고 있는 중앙일보 구독운동을 벌이자" (朴源弘의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언론탄압 실상을 알리자" (李炯培의원)
는 강경발언과 아이디어가 백출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50여명의 의원들은 이불을 펴 눕거나 본회의장 의자 2~3개를 포개 잠을 청했다.

◇국민회의= 鄭의원이 제보자를 공개한 사실이 알려지자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한화갑 (韓和甲)
사무총장.김옥두 (金玉斗)
총재비서실장.임채정 (林采正)
정책위의장.이영일 (李榮一)
대변인등 핵심 당직자들은 외부에서 긴급연락을 받고 여의도 당사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고 대응책 마련을 골몰했다.

공식입장은 29일 오전에 발표키로 했다.황소웅 (黃昭雄)
부대변인은 "공식입장이 뭐냐" 는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민감한 문제인 만큼 李씨의 발언내용을 파악하기 전에 미리 언급할 수 없다" 며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李대변인은 새벽 0시 40분쯤 취재진에게 "현재 이종찬 (李鍾贊)
부총재의 최상주 보좌관이 제보자인 이도준씨를 만나고 있으며 李부총재가 전모를 파악한 뒤 오늘 아침 8시에 당에 나와 전모를 밝히겠다고 한총장에게 전화로 알려왔다" 며 "李부총재의 보고를 들은뒤 당의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 고 말했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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