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자문형랩 돌풍 … 증권업계 시총 1위 탈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지난 10월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에서 열린 ‘자문형랩’설명회. 이날 행사에는 많은 투자자가 참석해 자문형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삼성증권 제공]

삼성증권은 8일 증권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7개월여 만이다. 삼성증권의 업계 1위 복귀는 올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자문형랩의 인기 덕이다.

 2003년부터 자산관리부문에 집중한 삼성증권의 올해 히트상품은 일임형랩 상품인 ‘삼성 POP 골든랩’이다. 이 상품은 주식 일임운용 서비스라는 기존의 랩 개념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

고객의 자산현황과 투자목표, 위험허용도 등을 반영한 투자 전략을 세운 뒤 하나의 계좌에서 여러 자산을 효율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고객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주식과 펀드, 채권, 대안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자문형랩’ 서비스였다. 브레인과 케이원 등 운용 성과가 우수한 투자자문사를 선정, 이들 회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이 서비스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 POP 골든랩’ 9호의 경우 판매시작 5분 만에 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하루 만에 계획 물량이 모두 팔렸다. 올해에 들어온 신규자금만 2조원이 넘었다.

 자산관리 부문의 1위 업체답게 ‘삼성 POP 골든랩’의 가장 큰 경쟁력은 프라이빗뱅커(PB)들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자산관리 브랜드인 ‘POP’를 기초로 PB들이 고객에게 운용과정과 종목 선정 이유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는 등 고객 자산 전반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문형랩 상품과 함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상품은 ‘삼성 POP 골든에그’다. 고객이 맡긴 돈을 다양한 만기의 국공채에 일괄 투자해 만기까지 매월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수익구조를 가진 상품이다.

예를 들어 5년 만기의 원금 수령형에 1억원을 투자하면 매달 31만2000원(세후)을 받고, 만기 때는 투자자금 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진 시중은행의 월 이자 지급 1년형 예금 상품에 가입했을 때 받는 지급액(22만5000원 정도)과 비교해도 이익인 셈이다.

특히 POP골든에그의 기초자산인 국공채는 은행 예금과는 과세 방식이 달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인 거액 자산가의 경우 세후 수령액에서 차이가 크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며 ‘POP 골든에그’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은행금리+알파(α)’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정형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은퇴 상품으로도 주목받으며 3월에 출시된 뒤 8개월 만에 1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중도 환매 시에 약정 이율의 절반도 받기 어려운 은행권 상품과 달리 자녀 결혼이나 질병 등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 별도 수수료 없이 부분 매도가 가능한 것도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다. 채권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기존의 월 수령 수익 외에도 중도 매매를 통한 추가수익도 노릴 수 있다.

보수적 성향의 펀드 투자자의 경우는 POP 골든에그에서 매달 나오는 수익을 적립식 펀드에 재투자해 만기에 원금은 보존하면서 지수 상승에 따른 추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 전략도 구사할 수 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내년에도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인 일임형랩 등에 관심이 많은 거액자산가 대상의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시장의 변화에 따른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해외투자랩, 펀드랩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헤지펀드와 같은 맞춤형 상품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