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감시꾼 CCTV … 목욕탕 3곳 중 1곳서 당신 훔쳐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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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목욕실·탈의실 등 알몸이 노출될 수 있는 곳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된 공중목욕탕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민간 부문 CCTV 설치 및 운영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며 “복도나 카운터에 설치된 CCTV도 방향 이동이 가능해 경우에 따라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5월부터 백석대에 의뢰해 서울·경기도·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천안·대전·대구 등 지방의 공중목욕탕 420곳을 방문 조사했다.

이들 중 목욕실·탈의실·화장실·수면실·발한실 등 인권 침해 우려 장소에 CCTV를 설치한 곳은 30.3%였다. 카운터·신발장·출입문까지 포함하면 71.7%였다. 또 CCTV를 설치했다고 고지를 하지 않은 곳은 62.9%에 달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CCTV를 설치하면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백석대 송병호(법정학) 교수는 “찍힌 영상에 대해선 모니터가 확인되지 않아 별도의 장소에서 관리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개인의 신체 노출 영상이 유출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사람이 하루 평균 CCTV에 노출되는 횟수는 83.1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2주에 걸쳐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CCTV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 최소 59회에서 최대 110회까지 노출됐다. 특히 지하철을 한 번 환승하면 50여 곳에 노출됐다. 서울 강남구 쇼핑몰에서 한 시간 동안 체류한 경우엔 35번 노출됐다.

 인권위는 CCTV를 해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중학생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실 CCTV를 해킹한 사례도 있었다. 이 학생은 주차장·엘리베이터·복도 등 아파트 단지 내 CCTV를 해킹했다. 이 학생은 “게임을 하다가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해킹했다”며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영상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박성훈 인권정책과 사무관은 “세계 곳곳의 CCTV를 해킹한 영상을 모은 스마트폰용 앱도 존재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해킹이) 아직 미미한 상황이지만 언제든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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