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삼성차 지분 계속 유지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삼성그룹이 원활한 삼성자동차 매각을 위해 일정부분의 삼성차 지분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계에서는 삼성-대우간 자동차 역빅딜 시나리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삼성측의 이같은 입장은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돼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차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채권단이 아직 삼성차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태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삼성차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만일 인수희망자가 삼성이 20% 정도의 지분을 유지하는 합작형태의 인수 방안을 제시해올 경우 수용 가능 여부에 대해 삼성측의 의사를 타진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삼성측의 입장을 파악했던 이유는 구체적인 인수희망자로부터 그러한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매각협상 과정에서 거론될지 모른다는 예상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이 이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두고 있는 것은 삼성차를 해외 또는 국내 업체에 일괄 매각하는 게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사실 채권단으로서는 국내 판매능력을 갖고 있는 삼성이 자동차에 기여할 수 있으면 삼성차 매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며 삼성-외국업체와 합작경영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삼성차가 기술제휴선인 일본 닛산을 인수한 프랑스의 르노에 인수되는게 바람직하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삼성측이 공식적으로 자동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채권단 모두 삼성차의 원활한 매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외국업체의 삼성차 합작경영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단은 KPMG 등 컨설팅업체 2개사와 삼성차 매각 주간사 계약을 맺을 방침이나 삼성측이 해외 원매자와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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