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이 선진국 진입 고비다 … 전직 경제 수장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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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앞으로 10년이 선진국 진입의 고비다, 작은 정부로 돌아가야 한다, 녹색과 에너지가 새 동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 14개 경제부처가 함께 펴내는 정책 월간지 ‘나라경제’ 12월호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역대 경제 수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얻어낸 조언이다.

한승수(74·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이사회 의장) 전 국무총리는 “녹색성장과 에너지 수출이 한국 경제의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녹색성장과 전기에너지 수출 등 두 가지만 가지고도 향후 20년은 문제없을 것”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펼쳐질 세계 경제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88~90년 상공부 장관 ▶94~95년 대통령 비서실장 ▶96~97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2001~2002년 외교통상부 장관 ▶2008~2009년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는 한국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지만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잘 키우면 에너지 수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가 경제부총리였던 96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됐다. OECD 가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와 금융산업·자본시장을 급하게 개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진념(70·전북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앞으로 10년이 ‘선진 한국’ 실현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진입한다. 2007년 환율 덕분에 잠시 2만 달러를 돌파한 것을 제외하면 95년 1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5년이 걸렸다. 일본은 4년, 홍콩과 싱가포르는 5년이 걸렸다.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꼭 새겨야 할 것은 ‘남들이 잘나간다고 할 때 쿨(cool)해야 한다’는 경구다.”

 그는 ▶91~93년 동력자원부 장관 ▶95~97년 노동부 장관 ▶97~98년 기아그룹 회장 ▶98~2000년 기획예산위원장·기획예산처 장관 ▶2000~2002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을 오래, 많이 지내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기획예산위원장 시절 공기업 11개를 민영화했던 그는 “지난 5년여 동안 민영화 의지가 퇴색되고 공기업 경영 규율이 많이 무너졌으며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강봉균(67·국회의원)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가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부터 차관보까지 지내는 동안 3차부터 7차까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담당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는 정부가 똑똑하고 대기업이 앞서가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경제주체가 똑똑해야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근로자·자영업자가 똑똑해질 수 있도록 경쟁질서를 바로잡고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해다.

 그는 ▶96~98년 정보통신부 장관 ▶98~99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 ▶99~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2년 이후 3선 국회의원(민주당)이다.

 그는 경제정책이 ‘큰 시장, 작은 정부’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정부 부채를 과감하게 줄이고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후배들에게는 “정권은 바뀌어도 기획재정부는 영원하다는 신념을 가져라. 국민이 정권은 못 믿어도 기획재정부 하나는 믿을 만한 곳이라는 전통을 지키라”는 말을 남겼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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