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탈 뻔한 연금 찾아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충남 서산시의 곽정금(56)씨는 5월 중순께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남편 이모(59)씨의 장애연금 재심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이씨는 호지킨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려 2007년 1월부터 장애연금을 받고 있다.

 재심사는 장애가 호전됐거나 악화됐는지를 재확인하는 절차로 이를 거쳐야 장애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곽씨 부부는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했고 연금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자 연금공단 홍성지사 이민호(32) 대리의 설득이 시작됐다. 이 대리는 “재심사를 받지 않으면 연금을 못 받는다”며 수차례 전화를 했다. 이씨 부부는 설득에 못 이겨 6월 초 서울대병원을 찾았고 이 대리가 동행했다. 덕분에 장애 2급 판정을 받아 7월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달 뒤 남편 이씨가 숨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곽씨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가 불투명했다. 이번에도 이 대리가 나섰다. 남편이 숨을 거뒀던 병원에 가는 것을 망설이던 곽씨를 설득해 10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이 대리는 200쪽에 달하는 각종 서류를 뗐다. 비용(6만원가량)도 개인 돈으로 처리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서산지사로 출장을 가 유족연금 청구서류를 냈고 결국 심의를 통과했다.

 국민연금공단이 하마터면 연금을 받지 못할 뻔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7년 시행한 ‘찾아가는 서비스’다. 복잡한 규정과 잦은 변경 탓에 자칫 사라질지도 몰랐던 연금을 살려낸다.

 고령이나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 홈페이지나 콜센터·지사에 서비스를 요청하면 된다. 2007년 1만2056건을 실시했고 올해는 11월 현재 1만8416건으로 크게 늘었다.

 연금공단 부천지사 이수용(31) 대리는 6월 필리핀 다문화가정에 큰 선물을 안겼다. 외국인 근로자로 입국했다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A씨(38)를 찾아내 500만원의 장애연금 일시금을 지급했다. 그녀는 프레스기계에 손가락 네 개가 짓눌린 장애를 입었지만 연금제도를 전혀 몰랐다. 남편과 별거 중으로 생활이 어려워 아이 네 명을 필리핀 친정에 보낸 상태였다. 이 대리는 처음 진료한 병원을 수소문해 서류 준비와 장애 진단 등의 모든 절차를 대신했다. 이 대리는 “A씨가 서툰 한국말로 ‘고맙다’를 연발할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