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외교 악영향 언동,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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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외교기밀문서 공개와 관련해 야당은 1일 “정부의 외교 무능이 드러났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로된 자료에서 드러난 중국·북한 등에 대한 표현을 문제 삼으며 “직업 외교관이 외교적 수사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무능함을 노출했고, 이런 무능과 안이함이 북한의 오판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것들을 보면 이 정부가 희망사항과 사실관계를 얼마나 혼동하는지, 얼마나 과장되고 비과학성으로 점철돼 있는지 알 수 있다”며 “10년 집권의 경험을 가진 야당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설기구의 복원을 당론으로 요구하자”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관계자 문책도 요구했다. 이회창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소재를 밝혀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이완된 보안의식은 해이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보여준다”며 “외교 관계자들이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언동을 함부로 하고 다닌 점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남경필(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불법적인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다. 남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외교라인의 정보 부재나 안이한 상황 인식은 질타할 수 있지만 해킹에 의해 이뤄진 불법적인 폭로를 두고 책임자 처벌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일을 계기로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우위에 있던 시대가 가고 모든 것이 공개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비밀주의 외교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정책 수립과 외교관의 대화에 대한 새로운 매뉴얼을 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불개입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이날 위키리크스 폭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방국(미국)의 외교적 교신이 새어나온 것으로 돼 있는데, 우리가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용 자체에 대해 사실관계를 우리가 확인해 줄 수 없고, 그 내용에 근거해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안보자문단의 조찬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중국 관리들의 말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미국에 전달된 데 대해 참석자들은 “한·중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이 대통령은 “관리가 좀 허술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가영·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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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자유선진당 대표
[現]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제18대)

19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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