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제2, 제3의 ‘오늘우유’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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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소영
푸드스타일리스트, 푸드앤테이블 대표

한참 전 ‘오늘우유’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공해 없는 대관령 푸른 목초를 뜯어먹고 자란 건강한 소의 젖을 새벽에 짜서 아침에 공급하고, 오늘 다 팔지 못하고 남은 우유는 전량 폐기처분한다는 우유였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우유를 ‘오늘’ 공급하기 위해서는 오전 3시에 젖을 짜고, 멸균공정을 단축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빠르게 운송해야 했다. 또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다른 우유와 비슷한 값에 공급했다. 막대한 손실이 쌓였지만 소비자들에게 맛있고 질 좋은 우유를 공급하자는 의지로 밀고 나갔다.

 그러나 3년 후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관령 목장에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우유를 짜기 위해 소들을 오전 3시에 깨우다 보니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실 누적에 원료 부족까지 겹쳐 아쉽게도 ‘오늘우유’는 거기에서 끝이 났다.

 비즈니스는 이윤이 목적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사 상품을 홍보한다. 문제는 상품 홍보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한계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중요하다. 기업의 출발점은 사회였고 사회를 통해 이익을 얻는 순환적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영업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이 책임을 다하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이익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구제활동에 쓰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신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좋은 품질의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한 상품 개발의 개념을 넘어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가족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며 나아가 지구를 생각하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우유’는 참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제2, 제3의 ‘오늘우유’를 기대해 본다.

박소영 푸드스타일리스트·푸드앤테이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