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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원 통한 사회공헌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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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의제 중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도 포함돼 있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이달 중 CSR의 국제 기준이 될 ‘ISO 26000’을 발표할 거란 얘기도 들린다. 기업 경영의 핵심이 ‘무한 이윤 추구’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음도 보여 준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이런 시대적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CSR 상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상위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06년 0.3%이던 게 2007년 0.2%, 2008년에는 0.1%로 2년 연속 하락한 사실이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CSR 활동을 해 왔다. 봉사 활동부터 물질적 후원까지 방법도 다양했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했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국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기업의 CSR 활동 역시 변해 가는 국가 상황에 맞춰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민의 행복지수와 삶의 가치는 경제 성장과 함께 올라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던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다. 부익부빈익빈 현상 심화로 인한 상대적 허탈감과 공허함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려 우울증과 자살률이 경제 선진 30개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기업들의 CSR은 삶의 물질적 질을 향상시키는 데서 더 나아가 문화를 통한 사회공헌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즉 ‘기업의 문화적 책임(CCR·Corporate Cultural Responsibility)’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기업이 문화예술에 투자하면 문화예술 종사자는 기업 이미지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덕분에 국민은 문화예술 향유를 통해 삶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미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문화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중을 위한 미술 전시회나 클래식 공연을 열기도 하는데 그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잠재력 있는 예술인을 후원하거나 문화 소외 계층 어린이들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에 목마르다. 불황이 장기화됐기 때문인지 그나마 하던 지원을 포기하는 기업도 여럿 눈에 띈다. 콘텐트 쪽보다 상황이 더 어려운 게 문화 인프라 분야다. 문화 콘텐트를 수용할 공간이 일부 시설에 집중돼 있어 많은 이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4월 신사옥을 건립하면서 ‘올림푸스홀’이라는 클래식홀을 마련했다.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클래식 전용관 건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소수만이 경험해 온 클래식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좀 더 가치 있는 문화공헌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이익을 내는 글로벌기업으로서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로 보내는 대신 국내에 재투자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글로벌기업의 가치를 높여 주는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