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버클리대 공동 학술회의 주관 성낙인 교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바야흐로 미디어 융합시대다. 그 속도는 예상보다도 빠르다. 단순한 통신수단이던 휴대전화가 TV 기능을 하고 있고, TV는 인터넷의 옷을 빌려 입는다. 어디까지가 방송이고 어디까지가 통신인지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전을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규제를 합치자는 논의만 무성할 뿐 어떤 철학과 내용을 갖출 것인가 하는 데는 별 진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와 미국 버클리 법대의 '기술과 법 센터'가 최근 공동으로 의미 있는 학술회의('제2회 하와이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과 홈 네트워킹'이 주제. 행사를 주관한 서울대 성낙인(사진)법과대 학장은 "전 세계가 미디어 융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번 학술회의에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법적 규제를 어떻게 해야 하고 지적재산권 문제는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등이 광범위하게 논의됐어요. 학계.산업계.정부측이 모두 참여해 난상토론을 벌였다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그는 법의 공백으로 관련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서둘러 새 법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데올로기나 내부 논리에 사로잡히지 말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지면 현재의 규제가 의미 없어지는 때가 올 겁니다. 우리 상황에 맞게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시대에 따라 탄력적인 법 적용이 요구되며 그 범위에 대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성학장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규제 일원화 방안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새로운 기구는 소신있게 정책을 결정하고 결정된 정책을 추진력 있게 밀어붙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에도 없고 정책을 만드는 직원들이 공무원 신분도 아닌 현재의'방송위원회'같은 구조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번 회의를 통해 과제가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기술과 법 센터'가 미디어 융합 연구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연구와 발표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