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울린 ‘칠레의 기적’ 중국에서도 이뤄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칠레 광부 33명의 극적인 구조 이후 중국 등에서 광산 매몰사고가 발생, 또다시 기적이 가능할지 전 세계인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안전감독총국의 발표를 인용, “16일 오전 6시쯤 허난(河南)성 위저우(禹州)시 핑위(平禹) 탄광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26명이 숨지고 11명이 매몰됐다”고 보도했다. 사고 광산에는 광부 276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이 중 239명은 지상으로 긴급 대피했다.

37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중국 허난성 위저우의 핑위 탄광 사고 현장에서 16일 구조대원들이 지하 갱도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위저우 AP=연합뉴스]

현장에는 구조 요원 6개조, 70여 명이 투입돼 매몰자 구조 작업을 펴고 있으나 갱내에 가득 찬 가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AFP통신도 이날 “에콰도르 포르토벨로의 카사 네그로 광산에서도 붕괴 사고로 지하 갱도에 매몰된 광부 4명 중 2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나 2명은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광산 사고를 당한 중국과 에콰도르의 광부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도울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호세 광산 사고로 (33명이 생환하는 와중에) 많은 교훈을 얻었는데 그중 하나가 노동자들의 안전·생명·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여론, 기대·분노 교차=중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가 15~18일 열리는 와중에 인명 사고를 동반한 광산 매몰 사고가 발생해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현장 생중계까지 하면서 칠레의 기적을 보도한 직후 중국에서 비슷한 광산 사고가 터져 국민의 기대와 중국 현실과의 간격을 좁혀야 할 상황이다. 이로 인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사고 직후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특별지시 하는 한편 왕뤼위안(王率員) 국가안전감독총국장과 궈겅마오(郭庚茂) 허난성장을 현장에 급파했다.

 한편 중국 네티즌들은 기대감과 분노를 함께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의 사고 소식에 “아! 칠레”라고 짧은 댓글을 올렸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칠레의 기적이 일어난 직후라) 비교되기 딱 좋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돈만 중시하고 인명을 경시한다”고 비판하거나 “(중국에서 사고가 난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는 말로 잦은 광산 사고에 허탈감을 토로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실제로 안전시설 미비와 느슨한 감독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한 해 평균 2600여 명의 광부가 매몰사고 등으로 희생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2003년부터 시작한 이라크전쟁에서 7년간 4377명이 전사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중국에선 탄광사고로 7배 이상인 3만1318명이 숨졌다는 통계도 나오는 실정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