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PO] 복수혈전 … 안방서 뺨 맞은 곰, 쫓아가서 되갚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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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결국 최종 5차전으로 넘어갔다.

두산이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11-4로 이겨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기록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은 정수빈의 쐐기 3점 홈런과 마운드의 효과적인 계투에 힘입어 적지에서 2연승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리는 5차전은 하루를 쉰 뒤 5일 오후 6시 두산의 홈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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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 타자의 깜짝 대포=두산 정수빈은 키 1m75㎝·몸무게 70㎏으로 운동선수치고는 왜소한 체격이다. 발은 빠르지만 장타력이 떨어져 데뷔 후 홈런은 2009년 3개, 올해 1개에 그쳤다.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다. 그런 정수빈이 가을 잔치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을 구해냈다.

3-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9회 초 두산 공격. 1사 2, 3루에서 롯데가 투수를 김사율에서 사이드암 임경완으로 교체하자 김경문 두산 감독은 고영민 대신 왼손 정수빈을 대타로 내세웠다. 정수빈은 볼카운트 0-3에서 임경완이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한가운데로 공을 던지자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러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쐐기포를 때려냈다.

두산 선발 포수 양의지의 허리 통증으로 3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쓴 용덕한은 6회 결승타 등 3안타를 날려 4차전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두산 정수빈이 9회 초 3점 홈런을 친 뒤 1루를 돌면서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앞쪽은 3루 주자 이종욱이 양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모습.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4로 이겨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부산=연합뉴스]

◆빈틈 없는 그물 수비=두산 2루수 오재원의 재치 있는 수비 두 개도 돋보였다. 4회 말 2사 1, 2루에서 롯데 조성환이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중전안타성 타구를 날리자 끝까지 따라가 잡았다. 오재원은 공을 글러브에서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유격수 손시헌에게 정확하게 토스해 1루 주자 김주찬을 아웃시켰다. 5회 1루수로 포지션이 바뀐 오재원은 3-2로 앞선 7회 1사 1, 2루 위기에서 포수 용덕한에게 1루 주자 전준우의 리드가 크다는 사인을 보내 견제 아웃시켰다. 둘 다 롯데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수비였다.

두산은 유격수 손시헌이 수차례 잡기 어려운 땅볼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5회에는 가르시아의 중전안타 때 중견수 이종욱이 정확한 홈 송구로 2루 주자 이대호를 잡아내는 등 탄탄한 수비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종욱은 타격에서도 5타수 4안타·3타점으로 톱타자 임무를 완수했다.

◆롯데 최다 잔루 신기록=롯데는 막판 뒷심 부족으로 1999년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사직구장 8연패 수렁에 빠졌다. 15개의 안타와 8개의 4사구로 무려 23명의 타자가 진루하고도 득점은 4점에 그칠 정도로 타선의 결정력이 부족했다. 세 차례 만루 찬스를 무산시키는 등 17개의 잔루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9회 초 정수빈에게 3점 홈런을 맞은 뒤에는 마운드와 수비진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며 한 이닝에 무려 8점을 내줬다. 롯데 4번 타자 이대호는 볼넷 두 개만 얻었을 뿐 이틀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부산=신화섭 기자


◆김경문 두산 감독=어제 경기부터 선수들이 뭉쳤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 초반 위기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뭉쳐 고비를 넘겼다. 1회 말 임태훈이 무사 만루에 몰렸지만 위기 때 공이 더 좋았다. 9회 초 1사 2, 3루에서 대타 정수빈에게 ‘초구부터 노려 치라’고 주문했다. 결과에 따라 2구째에는 스퀴즈 사인을 낼 생각도 있었다. 볼카운트 0-3에서 정수빈이 홈런을 쳤을 땐 나도 깜짝 놀랐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잔루가 너무 많았다. 9회 초 정수빈 타석 때는 스퀴즈 번트에 대비해 초구 피치 아웃 작전을 냈다. 볼카운트 0-3에서 홈런 타자도 아닌 선수가 3점 홈런을 때려 냈다. 그게 바로 두려움 없는 야구다. 5차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비는 없다. 9월 30일 부산에 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 경기만 더 이기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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