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통배추 5만t 내주 긴급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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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국산 통배추 5만t이 다음 주 중 긴급 수입된다. 중간유통상인의 매점매석 단속도 대폭 강화된다. 기상 이변으로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정부가 가격안정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2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마트가 중국산 통배추 5만t을 긴급 수입하기로 했다. 5만t은 국내 소비량 50일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동안 중국산 절인 배추와 김치는 수입됐지만 통배추가 그대로 수입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29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이 ‘김치 추가 2000원’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영업하고 있다. 이 음식점은 안내문에서 ‘배추값 폭등으로 추가 요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승식 기자]

통배추는 27%의 관세만 물면 수입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하지만 식당 등에서 원산지 표시를 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수입 실적이 미미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중에 물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식당이 아닌 매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물량을 수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가격은 포기당 2000~3000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만원을 웃도는 국산 배추값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배추 2만t과 수입 물량이 합쳐지면 김장철까지 긴급한 수요는 모두 충족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가정에서 김장 담그는 시기를 늦추도록 유도하고, 월동배추의 수확 시기를 앞당겨 김장용으로 일부를 공급하기로 했다. 김장배추 공급 물량이 부족해질 것에 대비해서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정부와 한나라당은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배추값 안정을 위해 중간 유통상인의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하는 등 가격안정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절인 배추의 수입량을 늘리고, 배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영양제를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국내 공급이 부족한 감자, 호밀 종자(비료용), 사료용 근채류(뿌리 채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낮은 세율로 수입할 수 있게 시장접근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증량 규모는 감자 6000t, 호밀 종자 2000t, 사료용 근채류 3만t 등 모두 3만8000t이다. 다음 달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수입신고되는 물품에 한해 적용된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긴급 수입, 탄력세율을 조정해 관세를 낮추는 조정관세 발동 등을 검토하고 유통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응하지 않으면 채소값 폭등이 11월 이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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