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도는 어지럼증 치료·재활 클리닉 불모지 개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어지럼증 환자가 세란병원 어지럼증클리닉에서 균형감각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어지럼증 하면 많은 사람이 빈혈이나 영양부족을 떠올린다. 어지럼증 환자가 많지만 진단조차 받지 않고 방치되는 이유다. 그러나 어지럼증 환자의 15% 정도는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일 수 있다. 단순히 평형기관과 관계된 어지럼증인 줄 알고 넘겼다가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지럼증은 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낙상이나 우울증·일상생활 장애 등 합병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얼굴이나 몸의 감각이 이상하다든가, 팔다리의 균형을 잡기 어렵고, 음식물을 삼키기가 힘든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지럼증은 말초신경과 중추신경계뿐 아니라 청각·골격계·근육 등 다양한 신체 부위와 관련돼 있다. 복잡한 만큼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어지럼증을 진단하려면 여러 진단기기를 통한 분석부터 환자의 심리 상태나 실생활 위험도 평가까지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어지럼증 치료만을 전문으로 표방한 클리닉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5년 문을 연 세란병원 어지럼증클리닉이 불모지와 같던 이 분야를 개척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신경계 문제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경과 전문의는 물론, 뇌신경계 검사실과 균형감각 재활치료실까지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클리닉의 박지현 과장은 “어지럼증은 전 세계 의학계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질환 중 하나”라며 “세란병원도 다양한 시각에서 어지럼증을 연구하고 있으며, 해외 의학계의 최신 동향을 가장 발 빠르게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의료계가 어지럼증을 주목하게 된 것은 오래지 않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 대부분 심한 어지럼증과 균형장애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을 받는다.

세란병원 어지럼증클리닉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최신 치료법 중 하나인 ‘균형감각재활프로그램’이다. 이는 난치성 어지럼증 환자를 위해 개별적으로 맞춰진 치료시스템으로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훈련시켜 중추신경의 통합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치료법이다.

박 과장은 “실제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계 문제를 분석해 균형재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며 “전문 치료사와 함께 훈련함으로써 균형감각과 반사작용을 회복할 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요소까지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균형감각재활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 의학계에서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어지럼증 치료법이다. 세란병원이 이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만성어지럼증 환자의 92%에서 치료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박 과장은 “세란병원 어지럼증클리닉은 앞으로 우리나라 어지럼증 환자 실정에 맞춘 진단과 치료 연구에 앞장설 계획”이라며 “다양한 연구발표를 진행해 우리나라 어지럼증클리닉의 선구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