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독일선 미군기지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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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일에서는 돌려받은 미군기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놓고 토론이 한창이다. 주독 미군은 그동안 8만명 선을 유지해 왔으나 85%인 6만8000명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반환된 미군기지 활용 고민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독일엔 1960~70년 당시엔 최대 38만6000명의 미군이 주둔했다. 그러다가 90년 독일 통일 및 91년 1차 걸프전 발발로 미군이 줄어들어, 이미 돌려받은 땅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현재 미군은 독일에서 209개 기지에 2억652만평의 부지를 사용 중이다.

프랑크푸르트 서남쪽 120㎞에 위치한 츠바이브리켄 지역. 미 공군부대 자리였다. 지금은 1만평가량이 대형 할인매장인 아웃렛몰로 바뀌었다. 디자이너 츠바이브리켄 아웃렛에는 아디다스.미소니.버버리 등 58개의 매장과 대형 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클라우스 라이예스(47)람슈타인 시장은 "반환된 미군기지는 시와 주민 대표가 전원합의제로 활용방안을 결정하지만 의견차가 크면 투표한다"고 말했다. 시장, 마을공동체 대표인 게마인데라트, 시 원로위원회인 슈타트라트가 참석 대상이다. 기민당 소속의 라이예스 시장은 "반환 기지의 활용 기준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을 두지만 시의 건축 기준에 따른다"며 "공원 조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지를 상업지구나 주택지구 등의 용도로 정하면 싼 가격으로 민간에 제공한다.

람슈타인은 프랑크푸르트로부터 111km 남서쪽에 있다. 독일 남부지역 미군기지가 몰려있는 카이저스라우테른 군사구역(KMC:Kaiserslautern Military Community)의 중심지다. KMC에는 미군과 군무원 등 5만8800명이 근무 중이다.

람슈타인으로부터 자동차로 약 45분간을 달려가면 시골 풍경 속에 젬바흐 공군기지가 나온다. 53년 미 공군 제66 전술정찰비행단이 배치된 이래 EC-130 전자전기와 A-10 지상공격기 등이 활동했다. 이 가운데 일부 항공기는 91년 1차 걸프전 때 투입됐고, 나머지는 99년 인접한 람슈타인 공군기지 등으로 옮겼다.

기지가 텅 비자 라다우 지방정부는 이곳 지명을 게베르베 파르크 젬바흐(Gewerbe Park Sembach)로 고쳤다. 라다우 토지관리청은 젬바흐 기지에 대한 관리를 민간부동산회사(VG Enkenbach-Alsenborn)에 위임했다. 항공기 격납고를 개조해 쇼어(Schorr)라는 냉난방회사 공장으로 사용 중이다. 다른 건물도 분할 판매 또는 임대해 공장 또는 사무실로 활용한다. 활주로 등 대부분의 부지는 방치돼 있다.

60년부터 미 육군이 주둔해온 기센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곳엔 걸프전 이전까지 2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했다. 현재는 1200명만 남아있다. 기센 주의회는 미군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2개의 기지를 95년 주택지역과 대규모 자동차 판매시장으로 재개발했다.

이 밖에 프랑크푸르트 동남쪽 10㎞에 있는 하나우시 람보이 지역의 미 공병부대 기지는 기존 건물과 도로를 그대로 시가지로 사용하고 있다. 미군이 쓰던 건물이 학교.관공서.시민대학.상가 등으로 변했다.

프랑크푸르트=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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