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방'에 가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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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서울 신림동의 한 보드게임 카페.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젊은이들이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옮기며 보드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게임판과 카드를 보며 상대방을 견제하고 전략을 짜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지만 간혹 터지는 유쾌한 웃음소리에 팽팽했던 긴장감은 금세 녹아내린다.

노래방·PC방에 이어 보드게임방이 새롭게 등장해 신세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보드게임방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4월. 서울대출신 여성 프로게이머 윤지현(29·여)씨가 '페이퍼카페'란 보드게임방을 열면서 새로운 놀이문화가 시작됐다. 이후 서울시내만 10여개로 늘어났고 경기도 분당이나 안산 등 수도권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보드게임이란 주사위나 카드를 이용해 말을 움직이고 점수를 얻는 테이블 게임이다. 20∼30대의 추억 속에 살아 있는 '블루마블'이나 '뱀주사위 놀이'를 떠올리면 된다. 이곳에서 즐기는 게임의 종류는 80여종. 장르도 전쟁·추리·주식투자·교역·퍼즐 등 다양하다. 10분 만에 끝나는 것부터 10시간 이상 걸리는 것까지 난이도와 수준도 여러가지다.

우리나라의 보드게임 매니어는 약 3만명. '하이텔'이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20여개의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매니어들이 꼽는 보드게임의 매력은 PC게임과 달리 폭력적이지 않고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즐길 수 있어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보드게임 매니어 문동훈(22)씨는 "어두컴컴하고 담배연기가 자욱한 PC방과 달리 보드게임방은 밝고 사람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용가격은 2시간에 3천원 정도. 커피나 녹차 등 음료수는 팔지만 술은 없다. 담배도 안된다.

글·사진=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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