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딸 심정 알겠다” 한밤까지 모의 청문회 … 열공하는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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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시작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10명의 후보자들은 18일 온종일 청문회 준비에 매달렸다. 야권이 ‘약점 파고들기’뿐 아니라 ‘돌발 질문’으로 괴롭힐 것이라고 보고 나름대로 치밀하게 대비하는 모습이다.

‘박연차 리스트’ 의혹에 이어 재산 문제까지 불거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18일에도 밤 늦게까지 광화문 사무실에서 예상질문에 대한 모범답안 만들기에 골몰했다. 최근 김 후보자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은 신상 문제다. 김 후보자 부인의 상가 건물이 기준 없이 신고된 게 뒤늦게 확인됨에 따라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받게 된 데다, 의원들이 요구한 789건의 자료도 김 후보자의 적십자비 납부 내역, 그가 이용한 서울의 종합병원 명단 등 신상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측은 이번 주 중 이틀간 모의 청문회를 열어 신상과 관련해 나올 수 있는 각종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만들 계획이다. 17일 밤 죽을 배달시켜 먹으며 늦게까지 청문회를 준비한 김 후보자는 “딸 소연이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연양은 올해 대입을 앞둔 고 3이다. 김 후보자는 18일 재산 축소 의혹과 관련해 “재산상 다 드러나 있다. 탈세나 회피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특임장관 후보자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인사청문회 준비와 지역구 주민 인사를 병행 중이다. 이 후보자는 수시로 특임장관실 청문회팀을 서울 은평의 지역구 사무실로 불러 대비책을 보고받고 있다. 이 후보자도 청문회를 하루 앞둔 22일 모의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이 후보자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관련된 로비 의혹에 대해 “나는 떳떳하니 (남 사장) 본인이 청문회에 나와서 밝히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강연회에서 천안함 유족을 동물에 비유한 것과 관련해 유족 집행부에 연락을 취해 사과했다. 또 유족 게시판에 문제가 된 강연회의 전체 발언 내용도 올려 놓고 해명을 시도하는 등 유족 달래기에 나섰다. 조 후보자가 유족들을 찾아가 직접 공개 사과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그는 23일 청문회까지 서울경찰청 집무실에서 숙식하며 청문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양복 4벌과 넥타이 30장을 준비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정책 현안을 공부하고 있다.

채병건·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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