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정치 청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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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의 도청 문건 폭로가 한창인 요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역으로 '이회창식 낡은 정치''한나라당식 낡은 정치'의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정동영(鄭東泳)선대위원장은 "제왕적 총재·대통령제 시대의 음습한 정치와 낡은 생각을 종식시키고 시대 흐름에 맞는 신선한 정치를 해야 할 때"라는 '새정치론'으로 이를 설명했다.

盧후보 측은 한나라당이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 ▶배신과 변절의 철새 의원들을 대거 영입했고 ▶출처도 안밝힌 정형근식 폭로전 ▶盧후보 대신 DJ를 공격하는 지역구도 반사이익 정치 ▶보혁(保革)의 색깔론 몰아가기 등을 꼽고 있다. 반면 盧후보의 '새정치'는 이미 ▶양보와 승복으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미디어 토론 중심의 선거 ▶돼지 저금통 모금으로 40억원을 모아 선거자금으로 쓰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경(李美卿)대변인 등은 "시대가 바뀐 줄 모르는 YS, 지역감정 전문 투수인 김윤환(金潤煥)전 의원, 현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박태준(朴泰俊)씨 등 구시대 정치인들은 지금 누구를 지지하고 있느냐"고 지적한다. 민주당은 이같은 이슈 제기를 통해 세력 면에서 다소 불리한 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盧후보야말로 정치공작·말 바꾸기·지역감정 조장 등 낡은 정치의 대명사"라고 반격한다. 이회창 후보는 요즘 다니는 유세마다 "盧후보는 1988년 정치에 입문했고, 나는 96년에 정치를 시작했는데 누가 더 낡은 정치인이냐"고 되묻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영배(金令培)·안동선(安東善)의원의 발언과 이인제(李仁濟)의원의 탈당 등으로 민주당 국민경선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또 盧후보가 부산·경남지역에서 "부산의 아들"이라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전형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 행태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盧후보가 "정몽준(鄭夢準)의원과 후보 단일화는 불가능하다"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 등의 말들을 잇따라 뒤집었다며 '식언(食言)'을 더 문제삼고 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노사모가 선관위의 폐쇄 명령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를 교묘하게 불법 운영하고 있는데도 민주당과 盧후보가 이를 모른 체하고 있다"면서 "盧후보는 앞으론 새정치를 외치면서 뒤에선 온갖 불·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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